서동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지원부 책임연구원

지식기반 사회에서 사회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많은 나라에서 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질 향상과 책무성 제고라는 본질적인 목적은 같다 하더라도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 등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대학평가는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와 대학사회 자체의 질 관리 평가가 통합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국고보조금으로 운영하는 영국의 평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연관되어 왔다. 즉 정부와는 독립된 별도 조직인 고등교육재정지원기구가 대학에 대한 재정배분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등교육의 질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대학 재정지원 방식의 개혁 그리고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교육의 질 확보라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학평가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1986년 당시의 대학 재정지원기관인 대학보조금위원회(UGC)에서 본격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하였으며 몇 년 뒤 대학총·학장협의회(CVCP)에서도 자체적인 교육의 질 확보를 위해 대학평가위원회를 만들어 평가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이 두 기관이 서로 중첩되거나 중복되는 평가를 진행하면서 대학사회에서 각종 평가에 대한 필요도는 증가하였다. 따라서 전반적인 고등교육의 질관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높아졌다.

결국 1997년도에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기구와 대학사회의 자체적인 질 관리를 위한 기구의 평가기능을 통합하여 고등교육평가원(QAA:Quality Assurance Agency for Higher EducationA)을 설립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평가원은 고등교육재정기구(HEFC)와 맺은 계약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들은 고등교육재정기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고등교육평가원에 가입하여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영국 대학평가제도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정부의 간섭 없이 민간기구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등교육평가원(QAA)의 이사회 구성을 통해 알 수 있다. 고등교육평가원의 이사회는 총 14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4명은 대학 총장기구의 대표가 지명한 사람, 4명은 지역별 재정지원기구가 지명한 사람, 나머지 6명은 경제·산업 기타 전문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자들로 구성된다.

또한 이 평가기구의 재정구조는 회원 대학에서 납부하는 회비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고등교육재정기구와 계약을 통해 받는 평가관련 지원비를 주요 재원으로 삼고 있다. 2006~2007년도 수입구조를 살펴보면 회원 대학에서 납부하는 회비가 38.5%를 차지하고 있고 고등교육재정기구와의 계약에 의한 기금이 50.9%를 차지하고 있어 의사결정 구조에서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면에서도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알 수 있다.

이제 곧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을 존중한다는 새 정부의 개혁 방향에 많은 대학사회 구성원들이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다.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와 대학사회의 자체 질 관리가 통합, 수행되고 있으며 또한 그 운영에 있어서도 민간의 자율역량이 최대한 발휘되고 있는 영국의 대학평가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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