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로스쿨 인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로스쿨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성찰과 논쟁은 거대한 빙하처럼 조용하다. 사실 로스쿨 개원이 가져올 파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실무 법조계 보다는 법학계에 더 강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는 로스쿨 인가신청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로스쿨로 가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전망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로스쿨 예비인가가 끝나면 이런 흐름은 더 분명해 질 것이다. 내년 로스쿨이 개원하게 되었을 때도 대학 입시생들이 학부의 법대는 계속해서 지원이 늘 것인지는 미지수다.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두려는 대학들도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어떤 면에서 ‘법학교육’이 아니라 ‘법학교육을 담당한 교수님’들이라고 봐야 한다. 법과대학으로 남는 학교에서도 로스쿨 상황에서 기존의 교수방법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또 자칫 신입생들이 법대 지원이 준다면 법대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울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관련 학과 통폐합이나 학부 교양 과정에 법률과목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인위적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 법률전문가 양성을 위한 법교육 제도로 바뀌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를 찬찬히 따져 보고 대책을 마련할 시기인 것이다.

사실 로스쿨의 도입은 교수 사회의 신분변동을 의미할 정도의 파괴력을 잠재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노력과 행정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가’ 가르치는가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로스쿨이 개원되면 여러 차원의 교육의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많은 부분이 ‘법학교육자’에 대한 평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에서의 교육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법학교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로스쿨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라는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로스쿨에서 법학교육은 어떤 것인가? 일부 법조계에서는 송무교육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법이론 영역의 역할을 애써 무시할 때도 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는 법 실무에 밝은 전문가를 말하는 것이지, 송무 전담 개업 변호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로스쿨은 법 실무 전반에 기본적인 소양과 식견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송무 현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교육의 임무라기보다는 업계의 훈련 내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실무를 중시하는 법 전문가 교육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요구에 답할 수 있는 ‘법이론적 규명 능력’과 사회적 분쟁과 정책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해결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아닐까 한다.

로스쿨 교육의 방향은 분명히 ‘현실에 대한 법이론적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여기서 현실이라는 것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고지식사회’라는 전제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 전반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법학교육은 그동안의 법학을 위한 학문 또는 법학자와 법조인을 위한 학문에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기반학문’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법학교육 자체는 스스로 다른 학문과의 경계를 허물고 더 퓨전이 되어야 한다. 법학교수들도 법학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문에도 정통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법학만을 강요하는 시기는 이미 아닌 것이다. 학부의 법학교육도 더 현실에 다가 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법학 교수 방법 개발은 법조계와 법학계, 시민사회 모두의 협력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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