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숭례문 졸속 복원 안된다”
[사람과 생각]“숭례문 졸속 복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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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민 명지대 교수(한국사)


  숭례문이 불에 타 처참하게 무너진 지난 11일 새벽. 홍순민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한국사)는 화마(火魔)의 기세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현장으로 달려갔다.

조선시대 궁궐 연구 전문가로 <우리 궁궐 이야기>의 저자로 일반에 알려진 홍 교수는 학기마다 학생들을 이끌고 서울에 있는 궁궐과 문화재를 제집 드나들 듯 발도장을 찍어 왔다.  참담함과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료를 잃어버렸다는 박탈감과 상실감이 더해져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레 거기 있으려니 하던 숭례문이 허망하게 무너지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이때, 홍 교수는 “숭례문의 본질은 무엇인지, 문화재와 우리 전통문화를 어떻게 대우하고 관리하고 있는가를 짚어봐야 할 때”라며 “우리 문화 역량의 한계를 통절히 자각하고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서울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문 중 제 1의 문이자 정문으로, 도성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후 서울은 수도이며, 왕도였습니다. 숭례문은 600여년 그 자리를 지켜온 ‘서울의 얼굴’로, 서울의 역사적 풍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견뎌내 왔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 건축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목조 건물로, 우리 국민은 숭례문을 보면서 미감을 키워 왔습니다.”

‘국보 1호’를 지키지 못했다는 국민적 죄책감에 대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홍 교수는 ‘국보 1호’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말한다. 


“‘국보 1호’라서 우리나라 대표 문화재라고 말하는데, 그다지 틀렸다고 보진 않지만, 1호라서 더 가치가 있다고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1호니, 2호니 하는 일련번호는 일제가 관리상 붙였던 것을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그대로 따른 겁니다. 가치 등급에 의해서 매겨진 번호가 아닙니다.”


현재 문화재청은 국보와 보물에 붙이던 번호를 없애고 분류와 등급체계를 재조정하는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유산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형태가 다양합니다. 정부 부처 중 가장 힘(?) 없는 곳이 문화재청입니다. 예산도 초라하고, 전문성도 없죠. 전국의 문화재를 관리하기에 역부족이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담당과에 인력도 예산도 없는데 어떻게 관리가 되겠습니까. 국가 차원의 총체적인 문제로, 범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합니다.”

문화재청의 한 해 예산은 4300여억원 정도로, 예산과 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제2, 제3의 숭례문 화재가 재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년 만에 숭례문 복원을 끝내겠다는 문화재청의 발표에 홍 교수는 애초에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복원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원형이 뭐냐는 겁니다. 불타기 직전이냐,  성벽이 잘려 나가기 전이냐, 임진왜란이냐, 아니면 지금 있는 건물을 고쳐 지은 세종 때인지…. 원형이 무엇이며, 왜 복원을 해야 하는지 따져 보지도 않고 보기 싫으니깐 가능한 빨리 복원하겠다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철학과 전문성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거죠.”


공기를 정해서 건설업체에 맡기고 예산을 책정하는 ‘공사’ 개념으로 보면 3년 안에 가능하다. 이런 식의 공사라면, 온 국민이 그리 애통해할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한번 없어지면 되살릴 수 없고,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겁니다. 숭례문을 원형에 비슷하게 ‘복제’하거나, 오늘날의 조건에 맞게 현대식으로 ‘중건’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복제를 하려면 전문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전통 공구를 쓰지 않고, 기계를 사용해 손맛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건설업체에 맡기든 똑같은 제품이 나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옛 자료를 모으고, 인력을 기르고, 전통 공구를 되살려 시대의 작품을 만든다는 자세로 접근하지 않으려면 아예 복원하지 말자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밀어붙이기 식 졸속 복원 추진은 안 됩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든지, 무너진 채로 그대로 남겨 놓아 반성의 소재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화재 관리를 맡고 있는 공무원과 문화재청, 건설업체, 자문·검수에 참여하는 전문가그룹, 정부나 지자체의 문화행정을 감독하는 국회가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근본 시스템을 바꿔 감독·감시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처참한 잿더미에서 배울 게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그룹과 다수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숭례문을 지금의 인력과 기술, 자료로 되살릴 수 없으면, 여건을 갖춘 후 후손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경제 제일주의에 매몰돼 문화를 바라보면, 진정한 문화가 나올 수 없습니다. 문화의 눈으로 봐야 합니다.”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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