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소-대학 연구개발 실적 채우기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이 연말에 연구개발(R&D) 실적을 평가하기 전에 ‘묻지 마 특허 출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이뤄진 출원이 특허로 등록되는 비율은 다른 기간에 비해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 20곳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소 20곳을 대상으로 업적 평가 기간 직전의 특허 출원 건수와 등록 여부를 6년간(2000∼2005년) 추적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4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특허청에 제출한 ‘직무 발명 활성화의 저해요인 분석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 출원을 연구 성과에 반영하는 BK21사업이 추진된 이후인 2004∼2005년 조사 대상 20개 대학에서 업적 평가 만료 직전 1개월간 평균 17.6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이는 1년 중 나머지 11개월의 월평균 특허 출원 건수(11.1건)보다 6.5건이 많다.

하지만 이 기간에 출원된 특허가 정식 특허로 등록된 비율은 57.7%로 나머지 기간 월평균 등록률(71.5%)보다 13.8%포인트 낮았다. 업적 평가 직전에 상대적으로 부실한 특허를 출원한 셈이다.

정부 출연연구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0∼2005년 조사 대상 20곳의 정부 출연연구소에서 업적평가 만료 직전 1개월간 출원한 특허는 평균 12.12건이었다. 나머지 기간의 월평균 5.68건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허 등록률은 75.4%로 나머지 11개월의 월평균(80.2%)보다 4.8%포인트 낮았다.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허 출원이 연구 성과 평가에 반영되면서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하락하는 요인이 됐다”며 “특허 전문 인력을 연구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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