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獨木不成林).”

김형태 한남대 신임 총장이 인터뷰 직전 “가장 좋아하는 글귀”라며 써 보인 말이다. 지난 1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 김 총장은 향후 대학 운영에서 화합과 협력을 중시할 방침이다.

 

 

그간 내부불화가 끊이지 않던 한남대에 최근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김 총장의 이런 생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8일 한남대 14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 총장은 곧바로 ‘화해 메시지’를 발표하고, 교수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간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과 조치들을 재고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지난 2년 동안 학교측과 마찰을 빚어온 교수들도 “신임 총장의 개혁의지와 내용을 예의 주시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한남대 내부불화는 2006년 대덕밸리 캠퍼스 매입 의혹을 제기한 교수를 해임하면서 시작했다. 대덕 캠퍼스 매입 의혹은 ‘이상윤 전 총장이 대덕단지 내 제2캠퍼스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36억여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뇌물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김 총장은 줄곧 이 문제를 학교 비리로 거론해 온 교수협의회에 대해 “캠퍼스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해 재평가한 후 후속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동문회와 갈등을 빚었던 학교 상징탑 이전에 대해서도 “총동문회와 충분한 합의를 거쳐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남대는 지난해 9월 중앙로에 있던 상징탑을 대운동장 쪽으로 이전, 이를 기증한 총동문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2월 교수직선으로 추대된 사범대학장을 임명하지 않아 빚어진 갈등에 대해서도 “사범대학과 생명나노대학의 학장을 민주적 전통에 따라 재임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독교 설립정신 회복할 것”

 

난마처럼 얽힌 갈등을 취임 이전에 해결한 김 총장은 구성원의 힘을 한 데 모아 대학발전에 주력할 예정이다.

 

 

“대학발전의 시작은 한남대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부터 할 생각입니다. 한남대는 1956년 미국 남장로교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헌금을 모아 세운 대학입니다. 기독교 정신을 갖춘 신실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지요. 설립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을 시키겠습니다. 그래서 한남대를 나온 사람은 ‘정직하다’,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얻겠습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미국의 바이올라대나 국내의 한동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한 ‘명문대’를 지향하겠다는 얘기다.

 

 

창학 정신이 바로 선 토대 위에서 역점을 둘 부분은 ‘졸업생 취업률 향상’이다. 김 총장은 “커리어 네비게이션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활을 4년이나 했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하면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고통입니다. 커리어 네비게이션제도를 도입해 신입생으로 들어오면 희망 직업 3개를 선택하게 할 생각입니다. 목적지(희망 직업)를 입력하면 영어·자격증·커리어에 대한 경로 안내가 나오도록 할 생각입니다. 신입생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경력에 관해 집중 관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취업률 제고·특성화로 대학발전 토대 구축”

 

명문대로의 발전여부는 ‘특성화’에 달려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김 총장은 “단과대학별로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고 대덕밸리캠퍼스를 산학협력이 활발한 캠퍼스로 운영해 수익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남대의 대표적 특성화 분야는 국제화와 BT(생명)·NT(나노)분야다. 지난 2005년 설립자 린튼(William A. Linton) 박사의 이름을 따 설립한 ‘린튼 글로벌 칼리지’는 한남대 국제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린튼 칼리지는 국내서도 해외유학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한 ‘외국어 전용 대학’이다. 교수와 직원이 모두 외국인이고, 휴식시간까지 영어를 사용한다.

 

지난해 12월엔 한남대 국제화에 또 다른 호재가 생겼다. 미국 남장로교가 한남대 캠퍼스 바로 옆에 위치한 대전 국제학교부지를 무상으로 한남대에 증여한 것.

 

 

“국제학교부지는 미국 남장로교가 북한 개방에 대비해 선교자금으로 쓰려고 했던 곳입니다. 3만9,849m²(1만2000여평)규모의 적지 않은 부지입니다. 한남대가 이 땅을 받으면서 북한 선교에 파트너로 참여하겠다고 했지요. 이곳을 린튼 글로벌 칼리지와 연계시켜 ‘외국생활 체험의 장’으로 조성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정동(한남대 캠퍼스가 위치한 곳)에 가면 외국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게 하면 한남대 국제화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특성화 분야인 BT(생명)·NT(나노)분야의 전진 기지는 대덕밸리 캠퍼스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대덕밸리캠퍼스는 약 9만2500㎡( 2만8000)평 부지에 생명나노과학대학이 이전해 있다. 여기에 관련 분야 기업을 유치, 연구개발과 생산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김 총장의 구상이다.

 

 

“대덕밸리 캠퍼스는 산학 수익모델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설립자 린튼 박사의 손자가 경영하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프로메가’와도 협정을 맺었습니다. 양 기관은 이미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BT교육기관을 설립했고, 한남대 학교기업인 ‘린튼 바이오’는 프로메가의 아시아 생산기지 역할을 감당하게 될 전망입니다.”

 

 

“행정도시·로스쿨은 포기 못해”

 

김 총장의 향후 4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행정도시 진입이 불투명한 점과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점은 김 총장에겐 부담스런 과제이기도 하다.

 

 

“행정도시 내 대학부지 중 고려대가 40만평의 땅에 캠퍼스를 조성하고, KAIST가 9만여평 부지에 대학원 중심의 캠퍼스 설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남대는 행정도시건설청과의 협상을 통해 약 5만평 정도의 대학부지를 추가로 배정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행정도시 진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행정도시에는 10만평 규모의 ‘영어전용 국제 중고등학과와 대학(원) 조성’을 계획했었는데 부지 규모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 합니다. 현재 이에 대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연구 중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국제화를 표방한 캠퍼스로 가야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습니다.”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김 총장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총 정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대는 10년 전부터 과학기술법을 특성화한 로스쿨을 준비해왔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지역적 특징을 감안한 것이지요. 특허·지적재산권 분야의 연구실적도 착실히 쌓았습니다. 로스쿨 전임교수도 24명이나 확보해 놓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탈락했습니다. 로스쿨 총 정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들리는 얘기론 (한남대가) 영산대 조선대와 같이 아깝게 탈락했다는 데 새 정부 들어 총 정원 조정이 있길 바랍니다. 로스쿨 유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최종 탈락이 결정된다면 로스쿨 예비 과정, 법무사 양성 등으로의 전환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김 총장은 재임기간 단과대학 분권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학장이 중심이 돼 단과대학을 이끌고 본부는 지원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본인은 ‘섬기는 총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총장(總長)’ 이 아닌 ‘총종(總從)’으로서의 역할을 정립하겠습니다. 구성원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 거들고 위로하고 감싸는 총장이 될 생각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섬기러 왔다’고 하신 것처럼 저도 모교에서 대접받고 어깨 힘주고 다니기 보다는 철저히 낮아질 겁니다. 공장장처럼 잠바를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고 겸손해 하면, 처음에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1년을 한결 같이 노력하면 구성원들도 제 진심을 알아줄 것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대학발전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은...

1946년 충남 논산 출생
1969년 한남대 영어영문학과 졸
1980년 필리핀 De La Salle대 대학원졸
1989년 교육학박사(충남대)
1980년 한남대 교수
1985ㆍ1990년 한남대 기획처장
2003∼2006년 同부총장
2006년 한남대 학생상담서비스센터장


<대담 : 이인원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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