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내각도 새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지난 번 대선 때 어느 당의 후보도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참신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고 새 장관도 교육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 나올지 미지수다. 경제분야에서는 전문성을 찾으면서 교육분야는 숱한 교육계 인사를 제쳐놓고 정치인을 임명한 것은 그만큼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사가 적기 때문이 아닌가 우려된다.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고 지금의 경제적 위기가 바로 인재(人災)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런 위기일수록 교육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올바른 정책이 따라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사교육비문제와 아울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고급연구인력을 방치,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명예박사를 제외하고라도 서울대는 7백33명의 +박사를 배출했고 고려대 2백99명, 연세대 2백52명, 한양대 2백23명, 한국과학기술원 3백54명, 기타 1백명 이상의 박사학위를 배출한 대학들은 수두룩하다.

학업으로서 최고수준을 의미하는 박사학위는 매년 수없이 쏟아지지만 +이들 고급두뇌들이 어디서 실력을 발휘하며 연구에 임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금년에 모대학에서 교양국사 담당교수를 뽑는데 1백여명이 응모했다. 그많은 박사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3명이 총장 면접까지 받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온 통지문은 "그 동안의 교수채용은 없었던 걸로 합니다"였다. 1백여명 중 하나 뽑는 것마저 갑자기 불어닥친 IMF한파가 무산시켜 버린 것이다.

이공계는 이보다 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소위 보따리장수로 연명하고 사는 박사들이 우글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검찰이 서울대 치대를 비롯한 대학의 교수임용문제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 새로 임명된 총장이나 곧 선출될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 등이 일부대학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수많은 박사들이 교수가 되기 위해 필사적인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싸움을 해야 될까? 이것은 결코 박사들이 남아돌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고급인력이 있어야 한다. 박사는 교수직만이 아니다. 더욱 심오한 학문적 연구를 해나가야 하며 +그런 연구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 속에서 이 나라는 까마득히 +뒤떨어진 패잔병의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직으로서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수직으로서는 아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교수들이 많은 학생들을 담당하는 이상 우리 대학교육은 결코 세계수준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고급인력들이 밥 먹어가며 연구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독립된 연구기관도 태부족이고 교수를 제대로 채용하고 있는 대학도 +드물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새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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