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포럼, “우리 실정 맞는 자율화 필요” 공감



“대학이 자율을 달라고 주장하니까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도 대학이 알아서 마련하라’며 정부가 대학에 주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단히 잘못된 지적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이슈로 떠오른 ‘대학자율화’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비롯한 대학들이 올바른 대학자율화에 대해 목소리를 모았다.

대교협,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 홍익대대학특성화사업단은 18일 오후 2시 상암동 KGIT에서 공동으로 ‘대학자율화의 기본방향 추진전략’ 포럼을 열고 대학자율화의 실제적 방안을 모색했다.


■ "대학자율화와 정부 재정 지원은 별개 문제"

이 자리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문용린 전 장관(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은 “대학자율화와 정부 재정 지원은 별개”라고 주장해 대학 관계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문 전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대학 재정 중 등록금 비중이 20%에 불과한데 우리나라의 사립대는 80~90%가 등록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대학에 돈을 안 주면 결국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이야긴데, 자율과 재정을 연결시켜선 안 된다”며 정부가 우선 현재 대학의 사정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은 “교육과학부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한 해 동안 고작 4조 8000억원인데 OECD 기준으로 볼 때 적어도 10조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자율화를 주장하니까 이젠 4조 8000억원도 깎겠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차라리 자율화를 반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꼬집고 “재정이 확실하게 확보된 다음 자율화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부문의 자율화’를 주제로 발표한 최미리 가천의과대 기획처장도 “고등교육 부문의 예산이 국립대학에 편중돼 있는 현재 구조 때문에 대부분 사립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또 다시 등록금을 인상하게 된다”며 사립대학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최 기획처장은 초중등교육부문 재정 확보를 위해 시행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들어 2004년 국회 발의된 고등교육배부금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 기부금 100% 세제 감면 등 기부 문화 활성화에 대한 방법도 내놓았다.


■ "한국형 대학자율화 모형 만들자"

박우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무, 학사부문의 대학 자율화’ 발표에서 “국책사업을 구조조정이나 자율화의 추진실적, 더 나아가 교수확보율까지 기준으로 삼아 차등 지원하는 것은 결코 대학의 자율성을 살리는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잘못된 지원 방침을 지적했다.

또 “현재와 같이 교원확보율을 가장 우선시 한다면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교원확보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키도 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충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해 제시해야 한다”며 우선 대학이 합리적인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일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대학이 힘을 길러 규제를 푸는데 성공하더라도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거나 불합리한 경쟁구도 속에서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 접근하고 다른 나라와 다른 우리나라의 특성을 잘 살펴 자율화와 각종 규제정책 철폐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형 대학자율화 모형’을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향후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대학 자율권의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며 대학과 정부가 공동으로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대학 자율의 수준을 공개적으로 탐색해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을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각 대학 기획처장들을 비롯, 대학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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