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가 이영선 총장 취임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총장은 “학생들과 교직원 전체에 한림대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림대는 명실공히 명문사학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총장은 △기초 및 인성 교육에 충실한 대학 △분야별 특성화를 통한 전문교육과 연구 강화 △세계화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학 △지역적 차원에서의 봉사 등을 임기 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한 뒤 좋은 성과를 남긴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 총장. 이 총장에 의해 새롭게 그려질 한림대의 미래가 주목된다. 

 

-인성교육에 대한 구상을 밝히셨는데 이유가 있나.

“한림대 설립자이신 윤덕선 박사님께서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이라는 교육 철학을 갖고 학교를 설립하셨다. 한림대는 25년밖에 안됐는데 상당한 학교 위상을 갖게 됐다. 설립자의 정신이 훌륭하다고 본다. 총장으로 와서 앞으로 한림대가 가야할 모델이 무엇인지 구상하다보니 학부교육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 이 두 가지가 대학 학부교육의 기본이다.”

-풍부한 인간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풍부한 인간성은 도덕성·도전정신·진취성·봉사정신을 말한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국제경쟁력이나 공부 잘하는 것만 얘기해서는 안 되고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한림대 학생들이 모여서 살도록 하고 싶다. 원래 칼리지라는 것은 모여 살면서 공부하는 곳이다. 또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 라이프를 만들어줘야 된다. 캠퍼스 라이프를 통해 학생들을 활동시켜서 자긍심을 갖게끔 하려고 한다. 연·고전처럼 강원대와 한번 붙자고 했더니 벌써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림대는 아카데믹한 느낌이 강한데 이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한 것이다.”

-한림대의 특성화분야는.

“기본적으로 의학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가 강하다. 윤덕선 선생이 앞서 가신 것이 사회복지다. 생명과학도 의학과 연결되니 괜찮다. 그리고 이곳은 좋은 환경을 갖고 있어서 환경과학이나 환경공학쪽으로도 특성화를 하려고 한다. 언론정보도 시설과 교수진이 좋고 졸업생들도 많이 배출하고 있다.”

-한림대는 인문이나 역사분야로 특성화해도 좋다고 보는데.

“전문교육의 특성화는 말씀드린 방향으로 가지만 학부교육에서는 인문교육을 강조하려고 한다. 요즘은 학문 간의 퓨전이 일어나고 있어 한 쪽만 공부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기초를 넓게 해야 한다. 지금 기초교육대학이라고 있는데 이를 개편할 계획이다. 영어·한문에 인문을 넓게 공부시키려고 한다.”

-총장들이 세계적인 대학을 말하는데 한국적인 대학이 진정한 세계적인 대학 아닌가.

“동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춘천, 강원도에 맞는 이슈를 개발하고 그런 방향으로 학문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우리가 기후변화센터를 개소했는데 우리 춘천에 맞는 주제다. 기후변화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춘천은 깨끗한 환경을 갖고 있고 우리 대학은 환경 공학쪽으로 준비가 돼있다. (기후변화 연구를) 여기서 해서 이처럼 국가나 세계적으로 이슈를 던지고 미래를 준비하고 이런 것을 하면 세계적인 대학이 되는 거 아닌가”

-한림대가 재정이 넉넉하다면 학문교육의 전당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좋으신 말씀이다. 그러나 사립대 현실은 재단에 의존하기 어렵다. 연세대가 그렇게 하나, 고려대가 그렇게 하나. 국가 재정이 끼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국가 재정이 사립대에 거의 없다. 세금 받아서 국립대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싸게 공부 잘 시키고 사립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등록금을 많이 내고 사회 나가서 대우도 제대로 못 받는다. 춘천에는 대학이 강원대와 우리 대학이 있는데 강원대가 더 좋은 대학이라고 평가한다. 왜냐면 국립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가가 개선해야 한다.”

-재원확보 계획은.

“노력은 하겠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가 먼저 사립대에 지원할 수 있게끔 말을 할 것이다. 벌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이 말씀하셨다. 연세대에 있을 때부터 말을 했다. 또한 한림대에 기여할 분을 찾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한다.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소액 다수 기부자 운동을 할 생각이다. 김중수 전 총장이 만든 건데 기부보험제도가 있다. 기부자가 사망하면 일부가 학교로 들어온다. 현재 14 억 원 정도가 약정됐다. 이를 계속 확대할 것이다.”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대학들이 교수사회 개혁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A대학에서 교수를 하다 안 맞으면 B대학을 찾아간다. B대학에서는 받아주고 B대학에서도 안 되면 C대학으로 가는 거다. 그런 시스템하고 어울려가야 된다. 최고 대학이라는 곳에서 그렇게 시작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른 대학으로 움직여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제도화될 것이다.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신문에서 ‘몇 명 교수를 잘랐기 때문에 좋은 대학’이라고 하는 데 이건 아니다.”

-교육정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자율을 주장하면서 정부보조를 요구하는 것은 안 맞지 않나.

“그건 아니다. 경제학 영어로 설명하자면 시장메카니즘이란 것은 내가 어디서 봉사하면 그에 합당하게 돈을 받는 것이다. 대학은 졸업생을 키워서 나라에 봉사하고 있는데 그 부분만큼 우리가 자원을 못 받고 있다. 이 부분만큼이라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나라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 세금을 낸 것인데 학교가 그런 역할을 하니까 지원을 해달라는 말이다."

-교육이 너무 시장원리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잘 시켜서 사회에 나가 훌륭한 사람이 됐다고 보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돈을 주지않는다. 그러니까 시장보다 한 단계 높은 정부가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국가에 기여하는 만큼 비시장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내 논리다. 자율 문제와 시장 문제도 복잡하고 교육에 시장을 연결시키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교육의 비시장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다. 그 부분을 단순히 규제를 통해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화는 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학교에 맡긴다고 항상 모든 게 시장을 쫓아간다고는 할 수 없다. 시장주의를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다. 예컨대 인문 분야 교수들은 시장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자율화를 둔다고 해서 완전히 시장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대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하고도 연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아서 간단한 것 같지 않다.”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은 없나.

“큰 문제는 없다. 학생들을 뽑기 위해 쫓아다니지는 않고 좋은 학생들을 뽑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 김중수 전 총장이 장학금을 주고 외국 연수 기회 등을 주는 국제학부를 만들어서 좋은 학생들을 많이 선발했다. 이런 부분은 저도 고민할 생각이다.”

-로스쿨에 신청을 안했는데 향후 계획은.

“의대를 대학원대학으로 한다든지 하는 생각은 없다. 의대는 지금 체제로 가려고 한다. 로스쿨은 안했지만 법학이나 정치 전공자 등을 위한 Pre-로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다.”

-임기 후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저도 모르겠다.(웃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얻은 총장이다, 이것 말고 더 있겠나.”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정성민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이영선 총장은...


 △ 1947년 서울 출생
 △ 1970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1976년 미국 메릴랜드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학위 취득
 △ 1981년∼2008년 3월 연세대 교수. 기획실장·국제대학원장·통일연구원장 등 역임
 △ 2001년∼2003년 한국비교경제학회장
 △ 2003년 한국국제경제학회장
 △ 2004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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