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 징계 '첫 시험대' 귀추 관심

서울대가 '폴리페서'의 첫 사례로 꼽히는 체육교육과 김연수(39·여) 교수의 징계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교수의 총선 출마가 교수 고유 업무인 교육과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다는데는 입장이 같지만, 제도 미비에 따른 것인만큼 김 교수에는 선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장은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양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 교수에 대한 소속 단과대측이 본부에 징계안을 올리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기본적으로 '폴리페서'는 학교 교육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를 비롯해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단과대와 학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장은 그러나 "학교가 폴리페서를 직접 규제하는 방법도 있고, 학생들의 의견이나 동료들의 날카로운 비판 등을 통해 규제한는 방법이 있으므로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학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폴리페서에 대비한 내규 제정에 대해서도 "개인을 규제하거나 징계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업권을 보호하고 교수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덕목을 강조하는 일종의 '선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 인사를 총괄하는 김완진 교무처장은 그러나 선처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수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당 공천시 휴직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무처장은 1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수 개인을 처벌하기 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법과 규정을 손질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서는 교수가 정치를 할 수 있게 해놓았지만, 정당 공천시 휴직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김 교수가 어쩔수 없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특히 징계위원회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나 경찰 등 국가기관이 징계위원회를 요청하면 열어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조금 다르다. 총장께서 징계위 개최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수 교수는 어쩌면 피해자일지 모른다. 언론에서 이번 일을 그냥 잊어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폴리페서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조국 법대 교수는 김 교수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교수는 18일 "건의문에서는 처벌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법적으로 김 교수의 행위는 문제가 된다"면서 "특히 사범대측이 징계를 의결한 사항에 대해 본부가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소속 단과대인 사범대는 앞서 1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에 대한 징계안을 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고 본부에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법학연구소의 자문도 받아 김 교수의 징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범대측이 제시한 징계사유는 ▲공천 이후 출근하지 않아 기본책무인 강의를 맡지 않은 점 ▲논문지도 의무 소홀 ▲학과 각종 교육활동 불참 ▲학내외 물의를 빚고, 학교와 학과 명예를 실추한 점 등 4가지 항목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교수 사상 처음으로 휴직계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학내에 폴리페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범대측은 김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했고, 조국 교수 등 소장 교수 81명도 대학 본부에 폴리페서를 규제해야한다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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