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연섭 연세대 국제처장

하연섭 연세대 국제처장은 지난해 해외출장만 12번을 다녀왔다. 날짜로 따지면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라고 한다. 하 처장은 “해외에 나가보니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이상으로 세계가 변하고 있고, 그 전위대 역할을 대학이 하고 있다”며 “국제화는 단순히 모토가 아니라 생존경쟁”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머릿수만 세는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외국 학생들을 끌어올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하 처장을 만났다. 연세대는 지난해 2월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처’를 만든 대학이다.

- 국제화의 개념이 아직도 모호한 것 같다.

“세계를 다녀보면, 소위 명문으로 불리는 대학들은 더 이상 졸업생이 자기들 국경 안에서만 생활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에 대학들 관심이 있다. 언어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과 문화,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국제화이다. 국제처장 맡으면서 모토로 삼은 게 ‘스며드는 국제화’이다. 모든 영역이 섞여야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많이 딴다고 국민 체육 진흥이 안 되는 것처럼 특공대형 국제교류는 지났다. 모든 학생이 국제사회에 노출되는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

- 국제화가 너무 지표 관리에 치우쳐 있다.

“대학 재정지원이나 순위평가 등과 연결돼 있어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도 국제화의 목적을 고민해야 한다. 정말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이냐, 아니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을 생존시키기 위해서냐. 일부 지방대학의 경우 생존을 위해 중국학생을 대규모로 받아들이면서 국제화 수치는 높아졌다. 연세대에는 전 세계 60개국에서 온 1200명의 정규 유학생과 교환학생이 재학 중이다.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고려돼야 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화 지표에 ‘다양성’이 포함돼야 한다.”

- 아직도 ‘인바운드’(inbound)보다는 ‘아웃바운드’(outbound)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

“어학당까지 포함하면 연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2200명을 넘는다. 한국어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들은 영어로 된 강의를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영어강의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시장에 내놓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외국 이론을 단순히 수입해 전달해서는 외국 학생을 끌어올 수 없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우리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특성화된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와 인문학을 국제적 통용성을 담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단순히 머릿수만 세는 ‘숫자놀음’식 국제화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프로그램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일종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대학들이 비슷비슷한 시기에 국제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외국 교수들의 몸값만 올려놓은 측면이 있다. 자칫 국제 고등교육시장에서 한국이 ‘봉’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우수대학의 상징이 국제화처럼 비춰지게 되면 글로벌 교육시장에 참여할 필요나 뜻이 없는 대학까지 국제화에 뛰어들려고 할 수 있다. 국제화와 관련된 평가지표를 모든 대학에 적용하는 건 문제다. 국제화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 후발주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요즘은 대학의 국제화가 한 부분의 국제화로 끝나지 않는다. 국제교류 부서 하나 만들고 교환학생 불러들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체 시스템도 국제적 환경과 조우할 수 있게 개편해 나가야 한다. 외국인 교수나 학생이 늘어나면 영어로 된 공문도 보내줘야 하고, 그들과 언어 소통할 수 있는 직원도 필요하다. 미리미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 정부 역할도 필요할 텐데.

“일본은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이 1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기껏 100명 수준이다. 자원외교 강화를 강조하는데, 개발도상국 자원부국의 유능한 인력을 일본이 다 끌어가고 있다. 우리도 ‘한국형 풀브라이트’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가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장학생을 유치해서 제대로 준비된 대학에 더 많은 학생을 배정한다면 대학 간 경쟁도 자극할 수 있다. 정부는 립 서비스만 하고 부담은 대학이 지는 구조로는 안 된다. 외국인 공동 기숙사를 설치한다든가 하는 인프라도 정부가 깔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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