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청 상명대 총장은 부산대 교수 8년·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8년·호남대 총장 2년의 경력을 가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학전문가다. 상명대가 개교 이후 처음으로 상명대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한 것도 대학전문가로서 이 총장의 경력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재임 기간 동안 ‘뉴상명’, ‘업그레이드상명’을 만들겠다는 이 총장. 지금 대학가는 일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할 상명대를 주목하고 있다.


-‘뉴상명’은 어떤 의미인가.

“상명대만이 가지고 있는 영역을 10개, 15개 만들면 상명대는 그 영역에서 서울대·동경대·하버드대를 앞설 수 있다고 본다. ‘뉴상명’의 컨셉은 이런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상명대에 가야만 배울 수 있고 상명대에만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히로시마대에는 개구리연구소가 있는데 히로시마대에 가야만 개구리와 관련된 생태·DNA·환경을 연구할 수 있다. 세계의 개구리 연구학자들은 히로시마대에 와야 한다. 이처럼 상명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상명대를 변화시킬 생각인가.

“우선은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사람으로 움직이는 대학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대학으로 변화되는 것이 변화의 기본전제가 돼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에 시스템을 움직이고 만들고 시스템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구성원들이다. 구성원들의 의식·풍토·문화를 바꿔가는 것이 변화와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직원이 변하지 않으면 대학도, 학생도, 교육 자체도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급격한 변화는 불협화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전략을 가지고 변화를 꾀하겠다.”

-최근 대학가에서 교수 사회 개혁도 활발하다.

“대학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역할 수행자인 교수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장치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네거티브한 장치보다는 포지티브한 방법을 써볼 생각이다. 특히 정교수들이 역할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서 대학의 효율성·생산성·대학의 질·대학의 비전과 변화를 읽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정교수 중심의 새로운 자극시스템을 시도할 것이다. 단순히 도식적인 교수업적평가나 강의평가가 아닌 여러 가지 포뮬러를 가지고, 예컨대 상대평가를 통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든지, 명예퇴직제를 도입한다든지, 차등지원 한다든지 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할 생각이다.”

-총장께서는 ‘블루오션 특성화’를 말씀하셨는데.

“특성화는 상품화된 특성화와 작품화된 특성화로 용어를 짓고 싶다. 특정 분야에 인기가 있고 사회적 수요가 있다면 전부 몰려들어 그것을 특성화로 삼으면 상품화된 특성화가 된다. 블루오션 특성화라는 것은 작품화된 특성화, 즉 상명대만 가지고 있는 특성화를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신물리학이라는 용어가 있지 않나. 이는 동양의 철학적 사고위에 물리학 원리를 접목한 것이다. 블루오션의 특성화는 상명대만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특성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 가지 말씀드리면 실패학강좌를 만드는 것이다. 실패학을 개설한 대학은 없다. 그러면 실패학은 세계의 유일한 강좌이고 세계 1위가 되는 거다. 이런 전략을 삼겠다는 것이다. 국제화도, 교과과정도, 학교의 제반 인프라 구축도 기존의 것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집적화된 오늘까지의 모습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바탕위에 하겠다는 것이다.”

-총장으로서 자금모금도 필요한데 자금 모금 공약은 했나.

“그 공약은 안 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대학이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 뒷받침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총장이나 마찬가지로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금이나 재정 건전도를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저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서울 캠퍼스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다.

“절대 공간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어 보완해나갈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런 해법은 총장으로서 다각적인 노력을 할 생각이다. 신규로 필요한 건물은 지어야 할 것이고 기존 건물은 리모델링할 부분은 리모델링 할 것이다.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해가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할 생각이다.”

-좋은 교수도 필요한데.

“좋은 교수가 있어야 좋은 학생이 온다. 교수의 질이 곧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상명대는 현재도 우수한 교수들이 많지만 더 우수하고 더 훌륭한, 대한민국 어디에 내놔도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스타교수들을 영입해 교육의 질과 학생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현청 상명대 총장과 대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좌)

-인성교육에 대한 계획은.

“많은 대학들이 교양교육,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때우기 식 교육을 해온 게 현실이다. 상명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강단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행함을 통한, 자기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서 인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게 봉사형 학습 형태로 바꾸려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누구와 잘 어울려 살 것인가를 심도 있게 가르치고 실천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는 교양교육으로 바꿀 생각이다. 그래서 적어도 ‘상명대 출신이라면 사람이 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한 국내 30대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업인재형 인성이 있는데 이 부분도 별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에 옮길 생각이다.”

-교육현안에 대해 얘기해보자.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율을 전적으로 줘서 다양한 형태의 특성화를 통해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한다고 본다. 대신 대학들이 스스로 사회적 책무성을 다할 수 있는 장치도 동시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율과 책임이 균형 있게 가야 한다. 대학사회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양질의 교육·교육 고객에 대한 최대한의 서비스·국가의 인재 양성을 하는 데 차질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전 자율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데.

“자율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완전한 자율은 불가능하고 상대적 자율성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자율역량이 있는 대학이나 기관이나 개인·사회는 자율을 통해 부가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고 자율에 걸맞은 책무성·책임감을 진작해나가지만 자율 능력이 없는 집단이나 개인·사회를 보면 자율을 잘못하게 되면 자율이 남용될, 방만해질 우려도 있다. 그런 경우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오는 역작용 우려도 있다. 자율을 주되 자율 역량이 없는 것은 자율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사회에서 합의와 조율, 상호통제와 자기규제가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

-자율을 달라고 하면서 지원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특히 사립대에 대해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대학을 육성하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원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제한된 재정과 자원을 갖고 모든 교육기관에 형평성 있게 나누는 식의 지원은 안 된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대학사회도 우리나라 규모에 맞게 M&A를 해야 하지 않나.

“학생자원이 부족해져 가고 있고 고등교육기간이 세계로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 폭이 확대됐다. 여러 가지 고등교육의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대학수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이지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내에서의 구조조정도 필요하고 대학과 대학 간의 구조조정, 심지어는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까지도 감안해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 질문이다. 4년 후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하나는 ‘열심히 한 총장이다’는 말을 듣고 싶다. 두 번째는 재임 시에 상명대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말을 듣고 싶고 과욕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성원들이 그리워할 수 있는 총장이 되고 싶다.”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정성민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이현청 총장은...


 -1975 한양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교육학사)
 -1980 미국남일리노이대학원 교육과학석사(MESD) 교육행정
 -1983 미국 남일리노이대학원 철학박사(평생교육학, 교육사회학)
 -2000 미국 인디아나 트라이스테이트대 명예인문학박사
 -1984~1991 부산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1998~2001 UMAPS(아태지역 고등교육협력기구) 의장
 -1998~2006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2004~2006 OECD 고등교육 집행이사
 -2006~2008.4 호남대 총장 
 -2007~현재 한국사립대 총장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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