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앨범' 아직도 수천만원씩 뒷거래

주요 대학이나 총학생회가 건당 평균 1억5,000만원대(졸업생 2,500~3,000명 기준)의 졸업앨범 제작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몰아 주고, 그 대가로 수 천만원을 뒷돈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졸업앨범 선정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대학은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등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최근 S사를 2009년 졸업앨범 업자로 선정했는데, 이 회사는 2004년부터 고려대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S사 관계자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1,000만원을 후원금 형식으로 총학에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 관계자도 “업체에서 1,000만원 정도를 후원해 주겠으니 계약해 달라고 제의해 수락했다”고 뒷거래를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예전에는 총학 간부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말썽을 빚었지만, 올해부터는 전액을 학교행사에 사용하고 그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일정 금액의 졸업앨범을 무료로 제공받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 학교 총학은 지난해 M사와 2년간의 제작 계약을 맺으면서 매년 1,000만원 어치의 앨범을 총학측에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도 체결했다.

개당 6만원 내외의 앨범을 3,000명 학생이 주문했다면, 업체에는 2,800명에 해당하는 비용만 주고 나머지 200명이 낸 1,000만원 가량은 총학이 챙기는 식이다.

한양대와 경희대는 학교가 직접 나서 뒷거래를 벌여 논란이다. 이들 학교는 교직원들이 특정 업체와 계약한 뒤 100개 내외의 졸업앨범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는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500만~60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따내려면 제작능력보다는 뒷돈을 얼마는 챙겨주느냐가 관건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특정 학교와 장기간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학교 혹은 총학과 은밀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졸업앨범 제작 검은 뒷거래의 최대 피해자는 졸업생들이다. 업자들은 챙겨준 뒷돈의 4~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앨범 가격에 붙여 판매하고 있다. 앨범 가격이 턱없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이 벌어진다면 앨범 가격을 현재의 7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지방 K국립대는 총학이 재작년 앨범 사업자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꿔 가격을 4만원 내외로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졸업 앨범을 둘러싼 뒷거래가 알려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 예정자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모(25ㆍK대 4년)씨는 “비싼 가격에 비해 형편 없는 앨범 수준 때문에 과거에도 의혹이 제기됐었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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