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하자"

"저도 게임 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자꾸 저를 찾아요. 저도 일편단심의 사랑을 하고 싶어요."

성균관대 수선관 806호 '사랑의 심리' 강의시간. '사랑의 6가지 유형' 심리실험을 마치고, '유희적인 사랑'의 유형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온 A씨의 발표에 폭소가 터졌다. 이어 '헌신적인 사랑' 유형 그룹의 대표자 B씨가 단상에 올라 발표를 시작하자, 강의실을 가득 메운 70여 명 수강생은 이내 숨소리를 죽였다.

"꽤 오랫동안 짝사랑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 곁에서 친구로 4년간 맴돌았지요. 그 사람의 의미 없는 눈짓이 제겐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그저 곁에서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강의를 신청했다는 남상준(24·경영학과)씨는 "수업을 들어보니 실제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의 연애 경험담을 공유하기 때문에 여자 친구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사랑'을 가르치는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랑도, 결혼도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학생들이 강의실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사랑의 심리' 강좌는 2005년 1학기 개설 이후 매 학기 수강신청 때마다 첫날에 마감되는 인기강좌. 높은 인기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성대 학생과 커플인 타 대학 학생이 이 수업을 함께 듣기 위해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강의를 다 들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금미 담당 교수는 "수업 시간마다 손을 잡고 강의실에 들어와 함께 연애 심리검사를 하던 커플이 수업을 통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헤어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결혼을 주제로 한 강의도 많다. 한양대에는 '결혼적응교육'이라는 교양강좌가 개설돼 있고, 서강대에서는 '결혼준비특강' 강좌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양대의 '결혼적응교육' 강좌는 그림을 통해 마음을 읽어보는 심리실험을 통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다른 수강생들과 연애의 경험을 공유하는 수업이다.

이 강좌를 수강한 손영은(22·한양대 의류학과)씨는 "스스로를 먼저 이해하고 나니, 미래의 부부관계에서 어떻게 대화하고 행동해야 할지 깨닫는 게 있었다"며 "수업을 들은 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더 성숙해졌다"고 했다.

서강대의 "결혼준비특강" 강좌는 70명이 정원이지만 학생들이 몰려 101명이 수강 중이다. 담당 교수가 정년퇴직하면서 몇 년간 폐강됐다가, 이번 학기에 담당 교수를 바꿔 다시 부활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연애와 사랑'을 도와주는 대학도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2월 27일 심리실험을 통해 남자친구·배우자·친구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오는 15일에는 '데이트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배우기' 워크숍도 열릴 예정이다.

서강대 김영희 교수는 "취업 고민에 빠져 다른 고민을 해볼 여유가 부족한 대학생들이 이런 강의를 통해 연애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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