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 문학특강 공지영 작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열 가지쯤 감사할 것들을 생각해봐요. 내가 감사하는 건 집이 따뜻하고 아이들이 건강한 것 등 아주 소소한 부분들이죠. 언제나 나 스스로에 대한 선의와 긍지를 가지고 내 삶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예민하게 인정주고 고마워해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이런 노력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일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경희대에서 열린 문학 특강에서 공지영 작가를 만났다. ‘문학, 공감 그리고 행복’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강연에서 그녀는 진솔하게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이를통해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한 방법들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작가로서 문학이 나 자신에게는 무척 소중하지만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할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늘 의문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비로소 문학의 가장 큰 필요는 ‘공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함으로써 타인과 공감하는 훈련을 해나갈 수 있잖아요. 판에 박힌 듯 융통성 없고 무감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공감하지 못하는 메마른 감정을 가진 사람은 행복할 수 없어요. 그래서 독서가 필요한 것이겠죠.”

공지영 작가는 대학생 딸을 둔 엄마다. 딸과 같은 또래의 청중들이 가득 모인 강연장에서 그녀는 “내 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전한다”며 ‘공감’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나갔다.

“대학생들이 ‘고시 공부’같은 한 가지 길만을 정해놓고 다른 가능성에 대한 문은 모두 닫아 버리는 모습을 보면 무척 안타까워요. 판에 박힌 공부를 반복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새 무감각해져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거나 삶의 소소한 변화에 대해 행복을 느낄 수는 없겠죠. 20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해봤으면 하고, 그 경험들이 행복한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공지영 작가의 20대는 어땠을까. 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20대 시절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대학 졸업 후 다섯 가지 직업을 전전하고 스물 일곱에야 비로소 소설가로 등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없이 절망하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서른 살 안에 반드시 찾을 것이다.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가 두려워서 머뭇거리는 20대는 되지 않길 바래요. 나는 많이 실패했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할 수 있었어요. 만약 내가 실패하지 않겠다고 그럭저럭 살았다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해요. 물론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소설가기 때문에 실패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게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소설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진심으로 젊은 이들이 많이 도전하고 또 안간힘을 다해 노력해보길 바래요. 그리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했다면 절망과 좌절도 해보길 바래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도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지를 잃지 않는 것이죠.”

아직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20대 젊은 이들의 삶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공지영 작가. 그러나 그녀는 자신 역시 아직도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삶이 무엇이냐고요? 그건 나도 아직 모르겠어요. 만약 삶에 답이 있다고 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죠. 나는 답이 없는게 답이 아닐까 생각해요. 정해진 답은 애초에 없어요. 그럼에도 자신에게 맞는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 속에서 배우고 겪는게 삶이고 행복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우선 아이들을 잘 키워 독립시켰으면 하고 동화를 써보고 싶어요. 또 아프리카 아이들 구호활동에 참여하고 싶고요”라고 말했다. 공지영 작가, 그녀는 지난 20대 때처럼 여전히 삶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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