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교수들의 시국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 교수들도 시국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및 이명박 정부의 민의 수렴을 촉구했다.

강상현·문정인·최종철 교수 등 연세대 교수 156명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경제 살리기’라는 달콤한 구호를 내걸고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고 있으나 대통령의 독선적 정책 밀어붙이기로 인해 한국사회는 현재 대혼란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독선적 정책과 일탈적 정부운영 방식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과 폭력성"이라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른다면 이명박 정부는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항에 직면해 정권의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국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 정부가 더 이상 소모적 국론분열과 거대한 국민저항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수들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중단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즉각 시작할 것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 △국정 전반에 걸쳐 민의를 경청하고 국정운영에 온전하게 반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성명서 전문>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


 ‘경제 살리기’라는 달콤한 구호를 내걸고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대통령의 독선적 정책 밀어붙이기로 인해 한국사회는 현재 대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나서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배후세력” 운운하며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검경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이런 행태는 우리에게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작태를 연상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국민이 한국의 현대사 전체를 통해 성취했던 많은 것들을 원점으로 돌리고 있다. 국민들이 그 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 놓은 민주화, 법치주의, 다원주의, 분권화 등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짓밟고 있고, 우리민족의 삶의 터전을 파괴할 것이 뻔한 ‘한반도 대운하’를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보험을 민영화하여 국민의 기본 건강권을 시장경쟁에 맡기려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소위 “교육 자율화”라는 허울 아래 우리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 작정이고, 임기직 공직자들에게는 사퇴를 강요한 후 그 자리를 자기네 사람들로 채우고 있으며, 국민적 신망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측근들을 고위직으로 등용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급속하게 경색되고 있으며, 독립적이어야 할 언론과 공권력은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함과 독선의 몇 가지 두드러진 예시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위 정책들의 시대착오적 내용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더 크게 우려하는 바는 독선적 정책과 일탈적 정부운영 방식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과 폭력성이다. 또한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이 민의를 경청하기는커녕 공권력의 장막 뒤에 숨어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식의 모르쇠,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는 더더욱 개탄할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재 정권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이 나라를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로 성장시켜왔다. 지금 청계광장, 광화문, 종로, 그리고 전국 곳곳에 모여 참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의 진정한 ‘배후’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해온 저항의 역사 그 자체이다. 우리는 경고한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른다면 이명박 정부는 위대한 우리국민의 저항에 직면해 정권의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그것은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국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위임 받은 자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국민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표출하는 것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 대운하 문제 등을 포함한 다른 중요 사안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폭넓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 정부가 더 이상 소모적 국론분열과 거대한 국민저항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우리는 이를 위해 다음 사항들을 엄중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1.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중단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즉각 시작하라.


 2.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3. 이명박 정부는 국정 전반에 걸쳐 민의를 경청하고 이를 국정운영에 온전하게 반영하라.

                                                    2008년 6월 11일

                            시국을 걱정하는 연세대학교 서명교수 일동

강상현, 경규학, 고광윤, 고상백, 곽영란, 권상옥, 권수영, 권정승, 기하서, 김광숙, 김도영, 김도형, 김동노, 김명섭, 김상근, 김성수, 김성태, 김왕배, 김영희, 김용민, 김원쟁, 김종철, 김주영, 김주환, 김준환, 김진배, 김진수, 김충선, 김태수, 김태환, 김하수, 김현주, 김현철, 김형순, 김호기, 김희진, 나성원, 남  웅, 노의근, 노중균, 도현철, 마광수, 문병수, 문상영, 문유찬, 문정인, 문창옥, 박경민, 박경자, 박기영, 박명림, 박명철, 박상영, 박재석, 박홍이, 방기중, 방연상, 백경선, 백문임, 백영서, 서  경, 서영준, 서종범, 선우환, 설혜심, 송기원, 송현주, 송홍엽, 신동빈, 신정호, 신태민, 안순일, 안정숙, 양정석, 양혁승, 엄영호, 여인환, 염성수, 오영교, 오홍석, 우남칠, 원재연, 육종인, 윤민우, 윤세준, 윤태진, 윤혜준, 이경자, 이경원, 이대성, 이명민, 이배환, 이병종, 이상길, 이상휘, 이석영, 이숙현, 이용재, 이윤석, 이윤영, 이재경, 이재길, 이제민, 이종수(법학), 이종수(행정), 이주헌, 이진호, 이태화, 이희경, 임  걸, 임  일, 임성모, 임재호, 임호균, 장동진, 장은미, 전광석, 전수연, 전지연, 전혜정, 정경미, 정상철, 정승화, 정웅윤, 정원균, 정의철, 정재현, 정종훈, 정춘희, 조대호, 조현수, 조혜정, 차인호, 차혜원, 채갑병, 최건영, 최기홍, 최선미, 최영애, 최윤오, 최종철, 최지영, 하경심, 하일식, 한상훈, 한승헌, 한영균, 한인철, 한재원, 허경석, 허경진, 현승준, 홍길표, 홍종일, 홍  훈, 황금중 (총 156명)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