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설명회 공표 내용과 달라 정책 신뢰성 의문

지방대학혁신 역량강화(NURI) 사업이 내년 초 끝나면서 여기에 쓰인 예산 2500억원이 장학금으로 전용될 위기에 처해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예산을 내년부터 우수인력양성대학사업에 통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스스로 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누리사업 예산 2500억원이 내년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에서 빠져 일반회계로 넘어간다. 지역발전 관련 재원인 균특회계에서 예산을 없앴다는 말은 이 돈이 더 이상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에만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올해에 신설된 우수인력양성사업에 쓰인다는 보장도 없다. 기획재정부에서 내려온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고등교육 예산총액이 600억원 삭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대출 금리보전 확대 등 장학지원에 2000억원 가량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별도 재원 확보가 없는 한 누리사업 예산이 장학지원에 우선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누리사업이 종료되면서 관련 예산이 균특회계에서 일반회계로 넘어갔다”면서 “정책사업을 줄이고 연구비, 장학금 등 직접 지원을 늘린다는 공약에 따라 지방대학 재정지원도 장학금 형태로 바꾼다는 것은 정부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리사업은 이미 끝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예산은 더 이상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누리사업 예산 전용에 대해 “6월 말까지 각 부처에서 내년 예산을 짜서 보내 올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대외비라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정부가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다. 교과부는 지난 5월 2일 이화여대에서 ‘고등교육 정책방향 및 재정지원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올해 말 종료되는 누리사업(2500억원), 수도권특성화사업(600억원),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500억원)은 폐지하되 우수인력양성대학 사업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신설되면서 배정된 우수인력양성사업 예산 500억원에 이들 사업의 예산을 통합해 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당시 교과부 설명이었다. 누리사업 예산을 장학지원으로 전용할 경우 우수인력양성사업은 원래 계획의 40% 수준인 1600억원으로 사업 규모가 줄어든다.

지방대학들은 금방이라도 들고일어날 기세이다. (사)누리사업협의회와 수도권특성화사업단협의회는 지난 5월 28일 “대학 특성화에 많은 성과가 있었는데 이를 중단하면 그 동안 축적된 인프라나 구조개혁이 단절된다”며 “사업 명칭이나 선정 방식은 변경되더라도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 연계를 지속하는 사업은 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고 교과부에 건의한 바 있다.

최정도 (사)누리사업협의회 이사장은 “누리사업 예산 2500억원은 그 당시 지방대학 지원 사업비를 긁어모으고 500억원 가량 추가해서 만든 돈”이라며 “지방대학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고, 만약 그렇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지방과 수도권 대학의 차이가 자꾸 벌어지고 있는데 지방대학 재원마저 없어진다면 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학금 지원도 좋지만 교육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정차근 호서대 교수는 “5월 2일 재정지원 방향을 설명하면서 분명히 언급했는데 이미 공표한 내용도 집행 안 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국민 소통에 앞서 부처 간 소통부터 먼저 해야지 싶다”고 지적했다.

누리사업과 학자금대출 등 국가장학제도 구축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인재육성지원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교육부 전체 총액이 내려오고 다시 각 국별로 총액이 배분되기 때문에 장학지원 예산이 늘어나면 다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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