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

최근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성난 민심을 보면서 지도자의 미래를 읽는 정책적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국가 지도자가 주변 측근들을 챙기는데 연연하거나 단기적 업적 위주로 정책을 시행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

지도자는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회사 CEO적인 시각에서 거대한 국가를 경영하려 해서는 안 되며, 특히 교육정책의 경우 국가의 장래를 위해 더욱 심사숙고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리더십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지난 30년간 중국의 발전은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이러한 바탕에는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도록 중국의 교육 정책이 뒷받침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교육부 쟝신썽(章新勝) 차관이 발표한 지난 30년간 해외유학생 파견에 대한 회고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1978년 6월 23일, 덩샤오핑은 중국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청취하는 자리에서 해외 유학생 파견에 대해 “저는 해외 유학생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찬성합니다. 주로 자연과학분야의 학생들이 많이 가는 것이 좋겠소. 수천명에서 수만명을 파견하세요. 십수명 정도 이런 식으로는 파견하지는 마세요. 올해 3000~4000명을 파견했다면 내년에는 1만명 이상을 파견하시고. 어떻게 선발할 지, 어디로 파견할 지는 계획을 잘 세우세요”라고 지시했다.

쟝신썽 차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교육부는 덩샤오핑의 이 지시를 받고 곧바로 7월 11일에 당 중앙에 보고하고, 그 해 12월 26일 처음으로 52명의 방문학자를 미국에 파견했다. 이것이 개혁개방 정책이후 최초로 미국을 방문한 학자들이었다. 이어서 영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서방세계로 학생들이 파견되는데 이는 중국 근현대 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유학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는 ‘최고 수준의 해외 대학원 국비파견 프로젝트(國家建設高級水平大學公派硏究生項目)’를 추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5000명을 선발해 외국의 일류 대학에 파견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파견 국비장학생 프로젝트다.

개혁개방 이래 그 규모를 통계로 보면 1978년부터 2007년 말까지 출국유학생은 121만1700명이며, 귀국한 학생은 31만9700명이다. 작년 한해에 출국한 학생은 14만4500명, 귀국한 학생은 4만4500명으로 유사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해외 유학생 숫자는 개혁개방 이래 지난 30년간 무려 168배나 확대되었다.

이러한 유학정책이 개혁개방과 중국 경제 건설에 크게 공헌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자료를 발표한 쟝신썽 차관도 미국의 하버드대 출신이다.

쟝신썽 차관은 이 자료에서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유학생들이 중국의 교육·과학기술·경제·국방·사회발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은 통계 수치로 밝히고 있다.

즉 교육부 직속 대학 총장의 77.6%, 중국과학원과 중국사회과학원의 원사(院士)의 80.49%, 국가중점실험실과 교육연구기지 책임자의 71.65%, 그리고 홍콩의 재벌 리카싱(李嘉誠)의 거액 출연으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설립된 장강학자(長江學者)의 94%, 1986년 3월에 실시된 선진 과학기술과 중국 첨단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 입안된 국가 ‘863계획’의 수석 과학자 72%가 모두 해외 유학생들이다. 그 밖에도 유학생들이 귀국한 뒤 첨단기술을 발판으로 창업한 기업은 부지기수이다.

이렇게 볼 때 한 국가 지도자의 비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주변 4강과의 관계는 한반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분초로 바뀌어 가는 인접국 중국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쟁과 협력을 통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웃의 발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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