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가 김수행 전 교수의 후임 채용에 실패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경제학부가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를 뽑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학문의 균형과 비판 정신의 복원을 바라는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은 17일 학내 곳곳에 '마르크스경제학 후임 교수 채용 무산에 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측을 비판했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지원자들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중진 학자들이었는데 채용 기준에 미달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경제학 일반(정치경제학 포함) 2명'이라는 채용 공고는 학내외 여론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면피용'이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임 교수 임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주류경제학자 대부분은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방법론 이외에 다른 경제학이 학문으로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서울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은 전공교수를 갖지 못했던 20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이 제공하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제학도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며 "학문의 균형과 비판 정신의 복원을 위해 다양한 학문과 사상이 허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13일 김 교수의 후임으로 정치경제학 전공자를 채용하려고 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교수 채용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정년 퇴임 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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