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길 한국전문대협의회장

“전문대의 목소리를 정부에 더 강력하게 전달해달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13대 전문대협의회장에 취임한 김정길 회장(배화여대 학장)은 전문대 학장들이 만장일치로 자신을 추대한 이유를 ‘더 강력하게 나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난 8개월간 잘 해왔으니, 앞으로 더 힘을 내달라는 주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전문대학의 장애요인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전문대가 발전할 수 있는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 왔다. 이런 김 회장을 두고 그를 추천했던 한 학장은 “김정길 회장이 8개월 동안 일하셨던 모습은 ‘남은 인생에 불을 붙이는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68세의 고령에도 불구, 전문대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는 전문대의 낮은 위상 때문이다.

“147개 대학, 22만 7000명의 교직원, 90만 명의 재학생, 400만 졸업생을 포함하면 전문대 가족이 500만 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현재 고등교육 예산 3조 5000억 중에서 전문대 지원은 2500억 밖에 안 됩니다. 고작 7.1%에 불과하죠. 단순수치만 놓고 봐도 고등교육 기관 중 전문대가 43%를 차지하는데, 학생 수로 보나 규모로 보나 괄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위상 제고를 위해 김 회장은 우선 전문대의 ‘대학’ 명칭을 ‘대학교’로 바꾸는데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14와 고등교육법시행령 8조를 올해 안에 개정하는데 온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굳이 나눠 부르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일본·중국은 초·중·고·대학 기관장 명칭이 ‘교장’입니다. 미국과 유럽도 똑같이 ‘프레지던트’를 쓰고 있습니다. 외국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으려면 한쪽은 ‘유니버시티’고 우리는 ‘컬리지’라서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교육대학이라든가 대학원대학교, 산업대학처럼 학생 수가 100명 밖에 안 되는 대학들도 ‘대학’이고, 기관장을 ‘총장’이라고 부릅니다. 4년제 대학과 우리는 별개의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인데, 4년제 대학에 설치한 단과대학으로 취급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직업교육인을 양성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려는 우리의 사기를 꺾는 방침이지요. 대학에 자율을 주고 경쟁을 하도록 하는 정부 방침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전공 심화 과정으로 학사학위를 주는 제도가 이미 전문대에도 신설되었기 때문에 이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단순히 전문대의 명칭만 개선하는 차원에서 한 발 나아가 앞으로 전문대학들의 요구·건의사항과 문제를 모두 받아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할 예정이다. 능동적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점을 도출하자는 뜻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지시하는 것만 전달하고 업무를 추진했습니다. 작년 10월 취임 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우리의 요구를 담은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전국 전문대학 교수들과 학장들을 조직화해서 각 대학별 현안이 무엇인지, 어려운 점이 무엇이고, 개선 대책이 무엇인지 협의회에서 취합해 분석을 할 겁니다. 전문대협의회는 앞으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맞춰 전문대의 목소리를 제시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전문대의 몫만 강조하지 않고,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증제 등을 마련해 제대로 평가받고, 제대로 대접 받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만 강조하지만 않을 겁니다. 우리 스스로의 자성을 통해 사회가 기대하는 것에 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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