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련 간담회서 ‘국립대 재정회계법’ 비판 제기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말 마련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시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의 재정 축소와 이로 인한 등록금 폭등, 교육기회의 불평등 확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명재진 충남대 법대 교수(국교련 정책위원)는 지난 18일 전국국립대학교 교수연합회(국교련)가 충남대에서 개최한 법인화 간담회에서 “교과부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이 도입돼도 정부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법률안 어디에도 안정적인 지원 약속은 없다”며 “이는 결국 정부지원 축소를 염두에 둔 말이고, 재정회계법 도입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등록금 폭등”이라고 주장했다.

명 교수는 “2004년 우리보다 먼저 국립대 법인화를 실시한 일본은 대학 등록금이 2~3년 사이 5배 가까이 인상됐다”며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회계법이 국립대 등록금을 대폭 인상시킬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5조)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형식적이라고 비판했다. 명 교수는 “지난 2월 발표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3.9%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국립대학에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등록금 폭등으로 인해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기초학문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명 교수는 “지금까지 국립대는 비교적 저렴한 등록금을 통해 고등교육 기회 확대에 기여해 왔다”며 “그러나 재정·회계법안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최소화하고 대학·학생 부담을 최대화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기회 제공과 기초학문 육성이란 국립대의 고유한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립대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명 교수는 “법안에 따르면 국립대학의 장은 중장기 발전계획과 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정부는 이의 이행상황을 평가해 재정지원에 반영할 수 있다(제4조)고 함으로써 여전히 관치개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대학의 지향점이 각기 다른 현실에서 “대학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으면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재정의 투명성을 명분으로 예산 집행 등의 결산서를 모두 교육부장관에게 제출, 감독받게 함으로써 재정운영의 주체적 권한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도입되는 재정위원회에 대해서도 “대학의 장이 재정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감으로써 집행기구와 심의·의결기구 간 견제와 균형 원칙이 훼손됐다”며 “총장이 일방적으로 재정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점도 재정위원회를 총장의 전횡적 기구로 전락하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말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시안을 마련한 교과부는 국립대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6월말 교과부 안을 확정,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명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국립대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지금까지 예산 담당자 설명회 1회, 공청회 1회가 의견수렴의 전부"라며 "기한도 한 달여로 정해 놓아 여론 수렴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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