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장 정정길 울산대 총장…교육수석 정진곤 한양대 교수

‘2기 청와대 비서진’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실장에도 교수 출신인 정정길(66) 울산대 총장이 임명됐다. 전날까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58) 한양대 교수로 전격 교체됐다. 교육학자 출신인 정 교수가 새 교육과학문화수석에 앉으면서 교육정책 추진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 청와대 참모진 새 얼굴 7명 중 2명이 학자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새 정부 출범 117일 만에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했다. 9명 가운데 7명을 새 얼굴로 바꿨다. ‘1기 비서진’ 때보다 세가 약화됐지만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등 7명 중 2명이 교수 출신이다.

특히 대통령 실장에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 임명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류우익 전 실장에 이어 교수 출신인 정 실장이 임명됐다. 류 전 실장과는 달리 정 실장은 행정이론과 일선행정 경험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리더십과 조직관리, 대통령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청와대는 “행정학회장과 울산대 총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탁월한 리더십과 조직관리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전임 류 실장이 서울대 교무처장 시절 서울대 대학원장을 맡아 친분을 이어왔다. 울산대 재단 이사장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003년 직접 울산대 총장으로 영입했다. 정 실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상주 전 총장에 이어 울산대 총장으로는 두 번째로 임명됐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실장은 행정고시(6회)에 합격, 3년간 농림수산부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교수 및 행정대학원장, 서울대 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03년부터 울산대 총장으로 일해 왔다.

□ 새 교육과학문화수석에 정진곤 한양대 교수= 교육과학문화수석의 교체 역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주호 전 수석의 유임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이 전 수석과 달리 교육학자인 정 수석은 연구기관과 학계, 정부 위원회에서 두루 현장감 있는 경험을 쌓았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나와 한국행동과학연구소, 한국교육개발원에 잠시 몸담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전문위원(98년)을 거쳐 김대중 정부 때에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바로 직전 상임위원이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이었다. 현 정부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실장은 자율화와 다양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교육정책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평소 기고 등을 통해 고교 평준화 체제의 보완, 대학입시 제도 개선, 전국 일제고사를 통한 학력평가 등을 강조해왔다.

다만, 정책 추진 방향에서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 전 수석이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전교조는 물론 보수적인 한국교총과 전국 시·도 교육위원까지 나서 퇴진을 요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학자는 “기본적인 관점은 현 정부 정책기조와 거의 같다고 봐야 하지만 정부 위원회 등에서 활동해 정책 조정 능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교과부에 힘 실리나?= 정 수석이 정책 조정 역할을 강화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교과부 역시 청와대에 내줬던 정책과 집행 기능을 다소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수석 시절에는 사실상 청와대가 정책 입안과 집행까지 독점하면서 교과부는 실무기구로 전락했다. 결국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었다면 교육에서 뭔가 터졌을 것’이라는 ‘괴담’이 교육계에 퍼질 정도였다.

그 동안 교체와 유임 사이를 오갔던 김도연 교과부 장관의 유임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학 자율화, 국립대 법인화 등 본격적으로 교육공약을 펼쳐야 할 시점에 장관과 수석을 한꺼번에 교체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 ‘차라리 이주호 수석이 교과부 장관을 하라’는 말도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과학기술계가 김 장관의 유임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도 한 변수이다. 과학기술계는 ‘모교지원 논란’이 사퇴까지 갈 정도의 사안은 아닌데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흔들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과학기술계는 ‘교육과학부’가 될 뻔했던 통합 부처 이름을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꾼 저력이 있다.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경남 함안(66) △서울대 법대 △행정고시 6회 △농림수산부 기획계장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 대학원장 △울산대 총장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전북 김제(58) △서울대 교육학과 △한국교육개발원 책임연구원 △한양대 교수 △한국교육정책학회장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상임위원 △교과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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