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권 학교법인 성강학원 이사장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없어진다면서요?”, “수능 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하던데요.”, “무슨 말씀, 수능만 준비해도 얼마든지 대학에 갈 수 있답니다.”, “특목고에서도 학업적성능력 평가를 안하는 대신 언어능력 평가를 한다고 합디다.”, “영어몰입교육정책은 이제 폐지된 것으로 봐야 하나요?”, “수능에서 영어를 제외시키는 대신 영어능력자격시험을 본다니 사교육비가 더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입시제도의 변화가 워낙 변화무쌍하다보니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올해 겨우 대학에 입학한 딸을 뒷바라지 하느라고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 드는 아내는 2년 터울의 아들 녀석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어서 여직 수험생 학부모가 견뎌내야 할 무거운 하중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우리 아이를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수험생 학부모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따져봐야 하는데, 원인도 결과도 분명하지 못하니, 내릴 수 있는 처방도 신통치 못하다. 사실 오랫동안 실시해 온 고교 평준화 정책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고교 평준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학업강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아왔다. 고교입시에서의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뿐,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 조차 인성교육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을 만큼 무지한 방법으로 탈법과 불법을 일삼으며 ‘대학입시 몰입교육’을 시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원인을 고교평준화정책에서 찾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대학과 기업 경쟁력이 후진성을 면치 못한 원인에 대해 솔직하고 냉정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과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고교평준화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자기반성 말이다. 고등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이었지만, 대학생이 되고나서 다른 나라 대학생들에 비해 수준이 저하되는 이유는 대학의 문제이다. 고교평준화가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남의 탓 수법’일 뿐이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성적순에 의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인사정책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지 않고, 오로지 성적만 뛰어난 신입사원을 뽑게 되니 무한경쟁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고교평준화정책 대신 고교경쟁체제 도입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일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과 기업이 안고 있는 스스로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 대신 ‘남의 탓’을 지속한다면 대학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문제는 요원한 과제로 남아있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