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높지만 대학들 채비 분주…KAIST는 '순항'

‘졸속 추진’·‘실효성 논란’을 빚은 WCU 사업이 확정됐다.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각 대학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수요도 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 채비에 나서고 있지만, ‘전임교원’으로 초빙해야 한다는 규정에 묶여 단기간에 우수한 해외학자를 어느 정도 유치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WCU 사업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대학은 KAIST다. 사업 공고 이전에 과학과 기술을 융합해 나노과학기술과·해양시스템공학과·지적서비스공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한 KAIST는 이들 학과를 가장 많은 사업비가 걸린 ‘전공·학과 개설과제’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 에너지·환경·수자원·지속가능기술 분야를 묶어 추진해온 ‘EEWS 프로젝트’ 등 2개 학제전공에서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과기부의 사업비 200억원이 전국단위로 포함돼 완전 공모경쟁 방식으로 바뀌고 교과부가 대학별 지원금의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운신의 폭이 커진 것도 다른 대학들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고려대는 한차례 교내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교수들이 어떤 유형과 분야를 준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23일까지 사업예비 신청서를 받고 있다. 올해 역점사업으로 세계적 석학 초빙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고 유치 대상을 물색해 온 고려대는 WCU 사업과 접목이 가능한 분야는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도 본부 차원에서 설명회와 수요조사를 통해 교수들의 지원 의향을 파악하고 중복이 우려되는 부분은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는 교무위원급으로 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학교와 교수 개별 차원의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학 자체 특성화 사업으로 5년간 총 300억원을 투입키로 한 한양대는 이 사업을 WCU와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대도 지난 19일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데 이어 이번주까지 수요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타 대학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공과대가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단과대 차원에서 교수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교수들의 반응이 미지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과대 한 교수는 “총·학장은 유치하고 싶어 하나, 정작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움직여야 할 교수들은 새로운 학과를 만들 경우 적을 옮겨야 하고 기존 학과와의 갈등을 우려해 시들해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용 연세대 연구처장은 “굉장히 우수한 학자를 모셔와야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을 모시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며 “해외 석학은 대개 연구소를 운영하며 과제를 수행하고 있을텐테 6개월씩 자리를 비우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해원 한양대 산학협력단장도 “외국에서 연구기반을 갖고 있는 분에게 3년 연속 한학기씩 체류하라는 것은 현지 기반을 포기하라는 것으로 어려움이 많다”라고 토로했다.

이영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장은 “융합 분야는 4명 이상은 초빙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모실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유치 학자와 기존 교수간의 연봉 체계가 다르고 사업이 종료되면 대학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 등 숨어있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실제 유치 가능한 인력은 한국계이거나 테뉴어 트랙 단계에 있는 학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이 희망하는 인력은 요건 때문에 초빙이 어렵고 예산 지원을 받을려면 유치를 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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