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박미석, 곽승준, 김병국 등 100여일 만에 학교로 유턴

지난 20일 청와대 인사개편에 따라 물러난 교수 출신 청와대 수석들이 속속 학교 복귀 일정을 계획하고 있어 대학가에 '폴리페서(정치교수)'를 규제해야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폴리페서는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과 박미석 전 사회정책 수석(숙명여대 아동가정복지과 교수),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중수 전 경제수석(전 한림대 총장) 등이다.

이들은 청와대 입성 100여일을 전후해 다시 학교로 유턴한다. 임명직 공무원의 경우 교육공무원법상 자동 휴·복직 프로세스에 따라 복직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이르면 오는 2학기부터 다시 강단에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수들의 강의는 대부분 시간강사들로 교체됐으며, 학생들은 수강계획에 혼란을 겪었다. 또 미국 쇠고기 파동 등에 따른 문책성 중도하차인 만큼 정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곧바로 학교로 돌아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류우익 서울대 교수는 지난 23일 복직 신청서를 냈으며, 오는 2학기부터 지리학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류 교수는 대통령실장을 맡으면서 “언제든 학교로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규정상 복직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완진 교무처장은 “선출직이나 임명직 모두 ‘폴리페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규정으로 복직을 막을 수는 없다. 학과에서 업적평가에서 반영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학 인문대와 사회대학생회측은 류 교수의 복귀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류 교수의 강의가 폐강되도록 수강신청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회대 학생회는 “정부에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류 교수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오미경 인문대학생회장은 “류 교수가 다시 돌아온다면 피케팅을 하거나 복귀 반대를 요구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라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류 교수 강의가 폐강되도록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들도 류 교수의 복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회장 조흥식)는 논의를 통해 ‘폴리페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조만간 낼 계획이다. 김종욱 지리교육과 교수는 “정무직이든 선출직이든 정치와 학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폴리페서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차차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내 게시판인 ‘스누라이프’ 등 온라인에도 “류 교수에게 계란을 투척하자, 사회대에서는 그 교수의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등의 비판글이 올라오면서 복귀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논문 표절과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80여일 만에 중도하차한 박미석 전 수석도 오는 2학기 숙명여대 아동가정복지과 교수로 복귀해 강의할 것으로 보이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박 교수의 복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면서 “논의를 거쳐 전체 학우들에게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특히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어 학내 ‘논문 진실성 검증 위원회’ 논의에 따라 복직까지 일정이 험난하다.

고려대의 경우 곽승준 교수와 김병국 교수 두명의 복직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두 교수가 학교측에 복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뒤 24일 이 대학 정경대 학생회는 ‘곽승준·김병국 교수님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게시하고 이들의 복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교수라는 직함이 다른 자리를 좇아 나갔다가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학교로 돌아오려 한다면 저희는 고려대 전체 학우들의 의견을 물어 더 구체적인 입장을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학생들은 곽 교수와 김 교수가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 받으면서 두 교수의 강의를 신청했던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본 것과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드러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정태호 정경대 학생회장은 “학생들은 교수님들이 청와대행 이후 급히 수강시간표를 수정해야 했고,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한 것에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쇠고기협상과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 과정의 국정실책의 책임도 따졌다. 학생회측은 “김 교수는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에 대한 책임이 있고, 곽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를 졸속 추진하면서 국정혼란과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국민을 불행하게 한 교수님들께서도 제자들 앞에 당당히 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림대 총장직 도중 청와대로 갔던 김중수 전 경제수석도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학교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의 측근은 “전 직장인 한림대 총장직에는 새 총장이 임명된 상태이므로 당분간은 연구자로 생활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용수·신하영·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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