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부출신 역차별 받아”

서울대 ‘순혈주의’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서울대가 신규 교수를 채용할때 적용하는 ‘특정 대학 쿼터’ 기준을 '학사학위'에서 ‘박사 학위’로의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대학교원임용령 제4조 3의 규정에 따르면, 교원 신규 채용시 특정 대학의 학사학위 소지자를 모집단위별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는 특정대학 출신의 학위 기준을 ‘학사’에서 ‘박사’로 변경, 사실상 서울대 학부 출신자들만 교원으로 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교원임용령 개정을 교과부에 건의했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법령의 일률적 적용으로 특정대학(서울대) 학사학위 소지자들은 지원도 할 수 없는 역차별의 상황이 발생하는 등 우수교원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개인의 학문적 성과가 성립되는 시기는 학사가 아닌 박사이기 때문에 박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관련법 취지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정대학의 교원 임용을 이처럼 제안하는 이유는 학문의 동종교배로 인한 열성학문 양산, 학문의 폐쇄성, 학벌주의 조장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2년 신규채용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이후 서울대 신규 채용 교원의 타교 출신 비율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2004년 7.5%에서 2007년 9.1%로 소폭 상승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특정 대학 쿼터’ 기준은 ‘본교 타 전공’은 예외로 하고 있어 학부 전공과 다른 전공으로 임용할 수 있는 헛점이 있다. 실제로 서울대 2002년 이후 신규 교원 중 서울대 타과 출신 교원(22.5%)은 타교출신(20.4%)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7월 기준으로 서울대 교수 1,752명 중 서울대 학부 출신 교수는 1,593명으로 90.9%에 이른다. 특히 국어교육학·중어중문학·경영학·미학·지리학·의상학·소비자학·아동가족학 교수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교원 임용 기준을 어긴 서울대가 향후 가능한 ‘순혈주의’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학벌없는사회 하재근 사무처장은 “지금도 서울대, 미국 대학 박사 출신만이 학계를 장악하면서 학문 간 이종교배가 이뤄지지 않아 학문 발전이 더디고 패거리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어차피 박사학위는 대부분 외국 대학에서 따오는 현실에서 임용기준을 ‘박사’로 바꾸자는 것은 결국 서울대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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