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단단한 특성화대학이 살아남는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지난 2004년 ‘대천대학’에서 ‘아주자동차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한 후 현재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다. 특성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작고 탄탄한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대학’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정시모집에서도 15: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대학은 물론 4년제 대학들도 학생 유치가 힘든 현 상황 속에서 아주자동차대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수훈 학장에게 전문대학의 나아갈 길을 물었다.

- ‘아주자동차대학’으로 교명을 바꾼 이유는.
앞으로 5~6년이 지나면 신입생이 대거 줄어들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 학생들은 수도권과 4년제 대학을 선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 전문대학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4년 전에 위기를 맞았다. 특성이 없는 지방의 전문대학이라 학생들이 찾질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특성화’였다. 한 학년을 520명으로 대폭 줄이고, 디지털미디어·인터넷 보안 등 정보통신 관련 8개 학과를 폐지했다. 대신 자동차디지털튜닝·하이브리드자동차·모터스포츠 전공 등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전공을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4년이 지나고 보니 우리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특성화에 성공했고, 경쟁력이 생겼다. 우리가 바로 전문대학의 ‘모델케이스’라고 생각한다.

- 구조조정이 왜 필요한가. 구조조정 후 결과는.
우리 대학 뿐 아니라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은 매우 약하다. 대학의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에서 잡다하게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개방화·세계화 바람이 부는데 우리 대학은 그동안 교육부의 안이한 정책 속에서, 온실 속에서 지냈다. 국내 대학 뿐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아주자동차대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니 전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70~80%가 수도권 학생들이다. 과거 절반에 불과했던 신입생 충원율도 100%를 달리고 있다. ‘전국 유일의 자동차대학’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해 자동차 마니아들이 몰린 결과다.

-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수들 반발이 심했을 것 같다.
20개 학과가 10여개로 줄어드니 반발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전공전환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관련 산업체 연수와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교수들에게 몇 년 간의 시간을 주고 있다. 신입생이 절반 밖에 차지 않는 상황이라 도리가 없었고, 다행히 교수들이 많이 이해해줬다. 자동차 회사에서 3년 이상 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전체 70%가 넘을 정도로 실무 교수진을 강화했다. 공대 계열 학과가 많아 학과 통합이 수월했던 이점도 있었다. 결국 자동차 생산 공정 라인에 맞춰 디자인부터 정비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10개 학과를 구성하면서 진정한 자동차대학으로 거듭났다.

- 학생 수가 적어 등록금 수입이 적을 텐데.
MIT도 학생 수가 적다. 하지만 명문 대학이 되지 않았나. 학생 수를 늘려 수입을 늘리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수입은 특성화를 하고, 경쟁력을 키워 학생들이 몰리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다. 5~10년 지나면 모든 대학이 어려워진다. 현재도 신입생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많다. 그렇다면 당연히 군살을 빼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부터 생각해야 한다. 입학 정원을 늘리기보다 산업체 재직자에 대한 교육과 국제화 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교육의 비중을 적극 높여갈 계획이다.

- 자동차대학이면 실습 시설이 중요하지 않나.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도 자동차학과가 있다. 하지만 200~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동차 몇 대로 실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대학은 실습 차량만 100대 가까이 될 정도로 시설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매년 산업체 임직원과 자동차 관련 학과가 있는 타 대학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실습을 하고 갈 정도다. ‘자동차 생산기술 공동실습 및 연구센터’를 설립해 서해안 지역에 있는 자동차 관련 산업체의 기술을 지도하고, 생산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도 하고 있다.

본지 이인원 회장(왼쪽)과 담소 중인 이수훈 학장



- 여러 나라와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선진화했다. 우리 대학 자동차 분야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영국의 NVQ 인증자격을 받을 수 있다. 영국과 호주에 인턴 실습을 할 수 있는 자동차 실습 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팬쇼대학과는 ‘1+1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학과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기술이 우리보다 뒤처져 있지만 미래의 큰 시장인 중국과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 학생들을 받고 있다. 한국어·기술 교육을 한 후 중국에 있는 한국 업체에 취직을 시켜 활로를 넓히고 있다.

- 자동차 관련 회사들과의 산학협력이 중요한데.
우리 대학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거점이 몰려 있는 서해안 자동차 산업벨트의 심장인 보령에 자리 잡고 있다. 관창공단에는 현재 대우 보령 트랜스미션 공장이 있으며, 약 50만평의 부지에 러시아 DI그룹을 비롯한 자동차관련 산업체들이 입주하기로 분양이 완료되었으며, 공단의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이점을 이용해 메이저 자동차 생산업체 및 협력업체를 포함한 많은 자동차 전문업체들과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비포마켓(Before Market) 분야에서는 GM대우·현대·기아·삼성·쌍용 자동차 관련 기업체와 두산인프라코어·CT&T·V-ENS 등과, 애프터마켓(After Market) 분야에서는 SK스피드메이트, 투투정비, GM대우·현대·기아·삼성의 정비사업소와 협력을 맺고 있다.

- 전문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연구 중심 대학과 직업교육 중심 대학의 두 트랙으로 나누고, 기능·제도·재정지원과 체제를 분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문대학은 수많은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해 왔다. 매년 대학 진학자의 42.7%가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재학생 수도 전체의 28%나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등교육지원 총예산 3조5000억원 중 불과 7.1%인 2500억원 만 전문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시급히 개선되야 한다. 앞으로 전문대학의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장학금 등에 지원하는 게 옳다.

이수훈 학장은...

1981년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미국 위스콘신대 기계공학 석사·박사를 받았다.

같은 해 미국 위스콘신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생활하며 1988년에는 마켓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여했다.

한국에 돌아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진동 및 제어연구실장을 지냈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아주대 기계공학부 교수·대외협력실장·홍보실장·국제협력처장을 거쳐 2006년 4월부터 아주자동차대학 학장을 지내고 있다.

2008년 한국대학국제교류협의회(KAFSA)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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