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한양대 공동기획]'전문대학원 시대 열린다'

내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정원 40~50명의 ‘미니로스쿨’ 운영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규모 로스쿨의 경우 등록금 수입으로는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대학측이 재정 부담을 안고 끌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히 증원 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로스쿨 정상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면서도 내실 있는 로스쿨 교육을 위해서도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니 로스쿨 등록금 수입 ‘조족지혈’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정원 40명)로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은 건국대·서강대·강원대·제주대의 고민은 적지 않다. 특히 사립대인 건국대와 서강대는 재단의 특별지원이나 적립금 사용이 불가피하다.

건국대는 로스쿨 전임교원만 39명이다. 모두 정년보장 교수들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다. 연간 등록금은 1600만원이지만 정원의 50%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나머지 50%에겐 반액 장학금을 준다. 20명에게만 등록금 절반(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등록금 수입은 2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건국대는 모자란 운영비를 재단지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김영철 학장은 “로스쿨 시작 첫해에 20억원, 2년차에 45억원, 3년차에 70억원의 재단 특별지원이 약속돼 있다”며 “스타시티 사업에 성공을 거둔 건국대로서는 해마다 200억원 가량의 임대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로스쿨 운영에 적립금을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연간 등록금은 1440만원. 40명에게 이 등록금을 다 받는다 해도 등록금 수입은 5억7000만원 정도다. 전임교원 23명 중 6명의 인건비도 충당하기 벅차다. 물론 이마저도 장학금 비율(37.5%)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교측이 적립된 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변호사 연수 사업을 수익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각 대학 로스쿨이 개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국제지역법조인 양성을 특성화로 삼은 한국외대에서 한 외국인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수익사업에 기대

강원대는 올해 등록금 인상분의 60%를 로스쿨에 배정했다. 연간 등록금은 1000만원으로 비교적 싸게 책정돼 있지만, 전체 장학금 비율은 100%가 넘는다. 전임교원 19명에 대한 인건비 등 로스쿨 운영에서 등록금 수입에 기대할 부분은 없다. 강원대는 춘천시의 재정적 지원에 기대하고 있다. 윤용규 법대학장은 “학교측에서 로스쿨 정착을 위해 예산 편성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며 “강원도 유일의 로스쿨인 만큼 춘천시도 재정적 지원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도내 18개 시·군에서 최대 5명의 학생에 대해 장학지원을 해주고, 강원도에서는 정원 15%의 장학금을 맡을 예정이다.

역시 연간등록금 1000만원인 제주대도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립대라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6000~7000만원)은 비교적 낮지만, 정원 40명 중 절반 정도가 장학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제주대는 지자체 등에서 매년 1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받기로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등 제주도 내 5개 기관이 10년간 재정지원을 한다. 여기에 1년 과정의 국제법무 연구과정을 수익사업으로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정원 50명으로 인가받은 대학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연간등록금이 1000만원도 안 되는 930만원이다. 정원의 41.5%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돼 있어 연간 2억7900만원 정도의 등록금 수입이 예상된다. 2011년 편제완성연도로 보면 전체 운영수입대비 등록금 의존도는 23%정도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 전입금에 로스쿨 운영의 상당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간 등록금이 1530만원인 중앙대는 전액 장학금 비율을 55%로 설정했기 때문에 22~23명 정도에게만 등록금을 받을 수 있다. 4억원이 채 되지 않는 등록금 수입이다. 전임교원 35명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재옥 학장은 “장기적으로는 로스쿨 정원이 증원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학교로선 재정적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외대도 학교측의 재정지원과 발전기금을 합쳐야 로스쿨 운영이 가능하다. 연간 등록금은 1600만원이지만, 정원의 50%가 전액장학금 대상이라 등록금 수입은 8억원 정도다. 전임교원 30명의 평균 연봉을 8000만원만 잡아도 24억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김해룡 법대학장은 “수익사업으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법 교육과정 개설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등록금 1500만원을 책정한 아주대도 학교 지원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다. 백윤기 아주대 법대학장은 “경기도 내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각종 기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목 개설·특성화 교육도 어렵다

소규모 로스쿨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교과과정을 다양화하기도 어렵다.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교과목을 개설·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시험과 관련 없는 과목이나 특성화 과목은 개설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0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변호사시험제정안에 따르면, 변호사시험의 기본과목은 헌법·행정법·민법·상법·민사소송법·형법·형사소송법 등 7개 과목에 법조윤리와 선택과목이 포함된다. 때문에 변호사시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과목이나 특성화 과목은 폐강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원 서울시립대 법학부장은 “변호사시험과 관련 없는 외국어 과목이나 특성화 과목, 사회수요에 맞게 새로 개설되는 지적재산권 관련 과목 등은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일단 소규모 로스쿨 대학들은 학생 1~2명만 원해도 강의를 개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 장재옥 법대학장은 “수강 인원이 한 두명이라도 강의는 개설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건국대는 정식으로 강의개설을 안하고도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맞춤식 개별지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철 학장은 “수강생 한 두명 갖고 강의를 개설해야 하냐는 고민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학생 정원과 교수 수가 거의 같기 때문에 정식과목이 아니더라도 ‘1:1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 50명인 한국외대는 커리큘럼을 최대한 소그룹 형태로 가져갈 예정이다. 기본과목과 공통과목은 2개 반으로 구성하고, 심화과목은 최소 5명 단위로 개설한다. 변호시사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실무과목은 ‘1:1 교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로스쿨 증원과 辯試 개선

이처럼 소규모 로스쿨들의 고민은 재정확충에서부터 교과목 개설, 특성화 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해결책은 로스쿨 증원과 변호사시험 과목의 개선으로 모아진다.

특성화분야로 ‘국제지역법조인 양성’을 내걸은 한국외대는 벌써부터 특성화 과목의 개설·운영이 걱정이다. 김해룡 법대학장은 “특성화 과목과 실무과목은 변호사시험과 연관이 없기 때문에 폐강이 속출할 수 있다”며 “변호사시험에 각 로스쿨의 특성화과목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옥 중앙대 법대학장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안하면 교과목을 개설할 수가 없다”며 “정원이 최소 100명 이상은 돼야 다른 로스쿨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건국대 법대학장도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에서 ‘A’ 성적과 ‘B+’의 성적 차이가 정원 120명과 40명 차이를 만들었다”며 “전임교원을 20명 이상 갖추도록 한 로스쿨 법률안 자체가 최소 80명 정원을 설정해 마련됐기 때문에 증원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 양성을 취지로 로스쿨이 도입된 만큼 각 대학이 설정한 특성화 교육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변호사시험 과목에 각 대학의 특성화 과목을 반영해달란 요구다.

김해룡 학장은 “변호사시험에서 특성화과목을 이수했는지 검증하는 방법 등을 도입해야 각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용규 강원대 법대학장도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법학 전공자를 배출하자는 게 로스쿨 도입 취지였고 그 때문에 특성화가 도입된 것”이라며 “각 대학의 특성화 과목을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윤기 아주대 법대학장도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 수를 늘이되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합격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로스쿨 대학들의 특성화 과목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학장도 “만약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경우 시험 과목 위주로 로스쿨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로스쿨 증원과 함께 일정 정도의 높은 합격률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하영·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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