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세미나 참석 총장 설문조사...현행법 유지 20%뿐

국내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7명은 사립학교법을 17대 국회 개정 이전으로 재개정하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시장원리에 따른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본지가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한 총장 143명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이다. 설문에 응한 총장은 모두 6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국·공립대 총장은 14명이다. 수도권 24개, 비수도권 41개 대학 총장(확인불가 3명)이 설문에 응했다.

□ 18대 국회에도 사학법 파동 오나?=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학법을 17대 국회 개정 이전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41.3%에 달했다. 사학법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의견은 28.6%로, 현재의 사학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20.6%)보다 많았다.

특히 수도권 대학 총장은 전체 평균보다 많은 33.3%(24명 중 8명)가 사학법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대학 총장들의 가장 큰 고뇌는 개방형 이사뿐 아니라 대학평의원회”라며 “민주절차라는 미명 하에 이해집단의 갈등을 구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지난 4월 대교협 회장에 취임하면서 “일단 예전 사학법으로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이지만 지원이 목적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일갈한 바 있다.

□ 자율화 찬성하지만 양극화 우려=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해서는 75.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적절하는 평가는 겨우 7.4%였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는 있었다. 수도권 대학 가운데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총장은 아무도 없었지만 비수도권 대학(41명) 가운데는 4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무엇이라는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을 보면 국·공립과 사립,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입장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시장원리에 따른 대학 간 양극화(69.8%)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정부 지원 감소(22.2%)와 대학들의 부정·비리(1.6%)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국립대 총장(14명)들은 정부의 지원 감소(58.3%)를 양극화(41.7%)보다 더 크게 우려했다. 전체적으로는 수도권 대학 총장(13.0%)보다는 비수도권 대학 총장(29.7%)이 정부 지원 감소를 더 우려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사립대 총장(수도권 9.5%, 비수도권 17.9%)도 비슷했다.

송용호 충남대 총장은 “자율화 방향은 맞지만 국내 대학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할 때 정부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유선규 부산외대 총장은 “잘못하면 부익 부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당한 선을 그어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 우수인력양성사업, 국·사립대 의견 차 뚜렷= 누리사업과 수도권특성화사업 등을 포뮬러방식의 ‘우수인력양성사업’으로 통합한 데 대해서도 국·공립과 사립대 총장 간의 의견 차이가 가장 도드라졌다. 전체 응답자의 54.4%(매우 긍정 16.2%, 대체로 긍정 38.2%)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부정적(매우 부정적 8.8%, 대체로 부정 20.6%)인 평가를 앞질렀지만 국·공립대 총장은 거꾸로 57.1%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근소하지만 긍정적인 평가(42.9%)보다 많았다.

사립대 총장들은 대학 소재지가 비수도권일수록 부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긍정적인 평가는 수도권(59.1%)과 비수도권(56.7%)이 거의 비슷했지만 비수도권 대학 총장 가운데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6.7%에 달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 총장 가운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비율은 13.6%에 그쳤다.

전호종 조선대 총장은 “누리사업으로 지방대학이 지역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가고 있으며 현장적응 중심의 실무형 인력양성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지방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누리사업과 연관된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대교협 향후 역할은 소재지 따라 엇갈려= 사립대 총장들의 이러한 지역 성향은 대교협의 향후 역할에 대한 인식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응답자의 35.9%는 대교협이 대학 자율화 기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예산·인력 확보(32.8%)-제도적 뒷받침(26.6%)’ 순이었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국·사립 모두 응답 비율은 다소 차이가 났지만 이 순서대로 꼽았다. 그러나 수도권 사립대 총장들은 거꾸로 38.1%가 권한 강화 및 제도적 뒷받침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학들의 적극적인 협조(23.8%)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낮았다. 수도권 사립대 총장 역시 마찬가지 순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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