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교수진·엄격한 학사관리로 교육효과 높여야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모 종합건설사에 취업한 권승훈(29)씨는 지난해 전문대학원인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설계학과에 입학했다. 학부 때부터 설계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권씨는 이 분야에서 인지도 높은 전문가가 되고 ‘몸값도’ 키우기 위해 전문대학원을 택했다. 권씨는 “현업에서 한계를 느끼거나 좀더 나은 위치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며 “경영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사고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특히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주로 학생들의 조사나 발표, 토론 위주로 수업이 이뤄진다”면서 “학부 때까지는 주로 듣는 수업이었는데 전문대학원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이 진행하는 게 많다 보니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능력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 국내 전문대학원 규모가 지난 10년새 8배 가까이 커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엄격한 학사관리와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과제로 지적된다. 사진은 한 입시학원이 지난 5월 개최한 의학전문대학원 연합 입시설명회 모습.

전문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전문대학원 역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8년 1423명에 불과했던 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은 10년 만에 8배 가까운 1만854명으로 늘었다(2007학년도 기준). 전문대학원 숫자도 147개에 이른다. 졸업과 자격이 연계되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경영전문대학원(MBA)뿐만이 아니다. 국제학대학원, 도시대학원, 디자인대학원,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세무대학원 등 각 대학은 특성화 분야에 따라 다양한 전문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엄격한 학사관리와 프로그램의 질 확보다. 이동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서비스인력과장은 “국내 전문대학원의 경우 아직도 특수대학원 등과 뚜렷한 기능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수한 교육여건 확보와 함께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 인턴십 등 얼마나 현장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느냐가 전문대학원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특수대학원과 차별 위해서는 프로그램 질 확보가 최대 과제

교육프로그램의 질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난 2006년 9월 문을 연 ‘한국형 MBA’의 성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신입생을 모집한 11개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우 평균 3.04대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신입생 1128명 중 89.5%는 전·현직 직장인이다.

무엇이 이들을 MBA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MBA의 성공에는 교육프로그램의 차별화가 크게 작용했다.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 지난해 12월 국내 MBA 수강생 97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87.2%가 교육과정 전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63.4%는 교육프로그램이 직업 또는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8.2%에 그쳤다. 교육프로그램이 경영실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응답은 49.0%. 교수의 학문적 능력이나 전문성, 실무경험 등에 대해서도 90.7%가 좋게 평가했다.

노종희 한양대 대학원장은 “전문대학원의 큰 방향은 MBA처럼 가야 한다고 본다”며 “교육프로그램의 질 관리로 전문대학원을 나오면 연봉이 올라갈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은 “일류대학 같으면 이름값으로라도 살아남겠지만 사교모임 비슷하게 운영해서는 몇 년 안 가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출석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얼마나 열심히 가르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원에 대한 대학본부의 인식 전환도 뒤따라야

전문대학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본부의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학원은 현장에 필요한 전문가 양성뿐 아니라 일반대학원처럼 박사급 연구인력 양성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대학본부에서는 재교육 성격의 특수대학원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서울지역의 한 전문대학원장은 “로스쿨의 경우 학생 수가 40명밖에 안 돼도 전용건물을 세우고 대부분 40% 이상 장학금을 주지만 우리는 건물은커녕 학생회실도 따로 없다”며 “전문대학원은 전문가 양성이라는 차이점이 있는데도 장학금 지급이나 각종 규정에서 특수대학원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고 말했다.

논문 위주로 되어 있는 대학의 교수업적평가 역시 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를 생각할 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인경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은 “실재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논문뿐 아니라 번역이나 통역 등 실무를 계속 접하는 것이 중요한데 논문을 안 쓰면 평가를 잘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전문대학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졸업 후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이나 교수한테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아직은 전문대학원에 대한 정의나 성격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다 보니 생긴 현상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 학부폐지·정원규제 완화 요구도 ----------

현 정부 들어 대학 자율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전문대학원 분야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원장 가운데는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경우 관련 학부를 폐지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5년부터 전문대학원 신설 때 관련 학부와 특수대학원을 폐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 만들어진 전문대학원은 관련 학부를 유지하고 있는 데가 많고, MBA의 경우 특례조항을 둬 학부 유지를 허용하고 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은 “분야에 따라서는 한 분야의 지식이 집중적으로 필요할 수도, 여러 분야의 종합적 지식이나 통찰력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획일적 적용은 문제가 있다”며 “(학부 폐지는) 기본적으로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그것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 정원 규제도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해당 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 내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의 인원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총 정원 자체를 늘리기 위해서는 4대 교육여건(교지·교사·교원 및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을 100% 맞춰야 한다. 해당 전문대학원의 교육여건이 아무리 뛰어나도 학교 전체가 4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원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원제무 한양대 도시대학원장은 “실무에 종사하다가 석사 교육을 받고 다시 박사과정에서 전공을 심화시키는 과정도 필요한데 지금은 사실상 박사과정을 늘리기 위해서는 석사과정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대학원에도 국제화 바람

한양대 도시대학원, 미시간대 이어 도르트문트대와 공동석사학위제 운영

MBA나 법학전문대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대학원에도 최근에는 국제화가 점차 강조되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한양대 도시대학원이 대표적이다. 한양대는 국내 도시대학원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도시대학원과 2년 6개월 과정의 ‘공동 석사학위제도’를 체결했다.

한양대에서 1년, 미시간대 도시대학원에서 1년을 이수한 뒤 다시 한양대에서 한 학기 동안 논문학기를 수행하면 두 대학의 석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제도이다. 지난 학기에 처음 1명이 떠난 데 이어 2학기에도 3명이 미국으로 떠난다.

한양대 도시대학원은 미시간대에 이어 내년에는 독일 도르트문트대와도 같은 방식의 공동 석사학위제도를 실시한다. 원제무 한양대 도시대학원장은 “도시학 분야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도시 자체가 하나의 실험실”이라며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대학과 교류하면서 해당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국제학전문대학원에도 국내·외 국제실무 관련 기관에서 인턴십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국제실무실습 과목을 운영해 학생들의 국제화를 돕고 있다. 국민대 역시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의 경우 해외 디자인대회 참가와 해외 단기연수를 정례화하고 있고,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은 장·단기 해외연수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는 등 전문대학원에도 점차 국제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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