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자체고사, 학생들 이중부담 준다

“맞춤형 영어교육으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합니다.”
“영어시험을 출제했던 교수들의 어드바이스를 소개합니다.”

대학편입 전문학원이 내건 문구들이다. 편입시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어시험을 각 대학이 출제하는 형식에 맞춰 가르친다는 광고다. 이러다보니 정작 영어를 얼마나 공부했느냐보다 대학의 출제 경향에 맞춰 공부했느냐가 합격의 관건이다.

특히나 편입시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08년 편입학시험에서 대부분 대학들이 자체 영어시험에 높은 비중을 두었으며, 영어전형 비율을 높인 대학도 많아졌다.

경희대 국제학부(일반)는 영어필답 80·영어면접20으로 영어시험을 100% 반영하며, 경원대(50→60)·단국대(40→50, 2단계)·성균관대(55→60)·숭실대(50~60→70)·한양대(30~35→40) 등도 영어 전형 비율을 5~20% 가량 높였다.

편입을 준비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한 지적이 오가고 있다. 모 대학 편입시험에 합격했다는 한 학생은 “영어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편입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편입하려는 대학이 어떤 스타일의 문제를 내는지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효과가 있다”고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대학이 출제하는 영어시험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수도권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편입학 실태 특별조사’ 결과에서도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결과, B대학 2007년 편입학에서는 2006년 영어성적 55점(100점 만점)·20등으로 불합격된 입학관계자 자녀가 다음해인 2007년에는 영어성적 92점(100점 만점)·14등(모집인원 14명)으로 합격했다. 교과부는 “2006년과 2007년 사이 지원한 타 대학 영어 성적들과 비교해 볼 때 문제 유출 의혹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출제하는 영어시험은 이처럼 유형이 정해져 있고, 문제유출의 위험성이 높아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래서 “일부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히 끊이질 않는다.

이런 추세에 맞춰 자체 영어시험을 공인영어시험 등 공정하고 투명한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어 문제를 자체 출제하다가 작년부터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 시험으로 대체한 항공대학교의 현종문 입학관리팀 계장은 “공인영어는 나라에서 인정하는 시험이다. 굳이 대학별 영어시험을 치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 계장은 “대학에서 영어 문제를 출제하려면 교수님들을 선발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케 해서 문제를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강의·연구에 지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부와의 차단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될 위험도 크다”며 “공인영어 시험이 있는데 굳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학교 내부에서도 많았다”고 밝혔다.

공인영어시험을 치루는 서울시립대의 입학관리과 관계자도 “대학별 자체고사로 영어 실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별 영어시험이 학생들에게 이중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공인영어가 학생들의 실력을 검증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