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성심여대와 통합한 후 가톨릭대는 정원 규모가 통합 당시 3500명에서 현재 7000명 수준으로 증가,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 가톨릭대의 새 목표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명문대로서의 위상과 저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05년 취임한 임병헌 가톨릭대 총장은 ‘2015년까지 국내 대학 톱 7 진입’을 목표로 내실 및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임 총장의 노력은 가톨릭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매년 상승하고 이번 수시1학기 모집에서 51.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임 총장은 올해 국내 대학 최초로 ‘윤리적 리더 육성 프로그램(Ethical Leaders Rearing Program·이하 ELP)’을 도입, 가톨릭대의 교육 내실화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ELP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교육과정에 대해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대 사회는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어떤 인재를 요구하느냐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사회나 기업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나오는,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지 조사했다. 사회에서 제일 요구하는 것은 창의력이다. 둘째는 분석력, 그 다음에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것을 합쳐 CAP(Creativity·Analytical Competence·Problem-solving Competence)라고 하는데 학생들이 이 세 가지를 갖췄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업의 요구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사람 됨됨이와 창의력·분석력·문제 해결능력을 합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동안 무엇을 가르쳤는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그런 교육을 꽤 많이 하고 있었는데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목표 의식을 갖고 모아보자, 즉 우리 교육과정을 브랜드화 해보자 해서 만든 것이 ELP다.”

-ELP 교육과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인간 존중 교과과정·문제해결능력 교과과정으로 구성된 교과영역과 인성영역·문제해결능력영역으로 구성된 비교과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교과과정의 인간존중 과정은 인간학·영성·사랑나누기과정·중핵윤리 등으로 구성되며 문제해결능력 과정은 CAP·영어·IT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비교과과정의 인성영역은 교내외 봉사활동 및 리더활동 등으로 구성되고 문제해결능력 영역은 교내외 학술논문이나 토론대회 등의 활동· 각종 언어능력 및 IT능력 자격증 등으로 구성된다.

ELP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인간존중 교과과정과 문제해결능력 교과과정으로 구성된 교과영역에서 32학점, 인성영역과 문제해결능력영역으로 구성된 비교과영역에서 70점 이상을 취득해야 ELP를 수료할 수 있다.”

-ELP는 선택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은 많이 지원했나.

“이번 1학기에 ELP를 신청한 학생은 총 527명이다. 자유롭게 했는데도 많이 지원해 나도 놀랐다.”

-ELP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ELP는 교육과정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얼마나 협조해줄지, 교수들이 새 교육과정을 이런 목표 의식 하에서 개발해줄지 우려했는데 교수들도 호응이 좋다. 이런 부분에서 교수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가톨릭대는 의대가 유명하다. 가톨릭대의 특성화 분야라면.

“그 동안은 성장 쪽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특성화를 해야 한다. 의대는 물론이고 심리학과와 사회복지분야는 특성화 전략으로 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생명공학 분야도 의대와 연결해서 키우고 있다. 다른 분야는 교수들이 경쟁하는 ‘열린 특성화 정책’을 통해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5개 전공을 선정해 최대 1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임병헌 총장과 대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

-총장으로 취임 당시 ‘대학을 이렇게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을 텐데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교수님들에게 물어봐야 될 것 같다.(웃음) 취임식 때 ‘상아탑은 학문 추구라는 고유 기능이 있지만 사회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대학이 항상 자문해야 하는 대학의 숙제다’라는 말을 했다. ELP로 교육과정을 개선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에서 하나의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교수들에게 ‘한번 해보자’는 동기 부여는 됐다고 본다. 교수들이 의기투합되는 것이 보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의 많은 가톨릭대와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세계의 어디를 가든 가톨릭대가 있다. 현재 세계 82개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가톨릭대와 가톨릭계 대학들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 있다. 우리도 지금보다 수준이 올라가리라 보고 그런 레벨에 있는 외국 대학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교환학생을 파견하려고 한다.

또한 외국 학생을 데려오는 데에는 지금은 인프라가 부족하다. 현재 ‘150주년 기념관 및 성심국제문화연수원’ 공사가 한창인데 1만5500평 규모다. ‘150주년 기념관 및 성심국제문화연수원’은 주상복합건물로 강의실·연구실·피트니스 센터·식당· 국제 컨벤션센터·외국인 기숙시설·게스트룸 등을 갖추게 된다. 내년 2월 완공되면 그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외국 학생들의 교류가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

-교육정책에 대해 말해보자. 새 정부 들어 대학이 많이 자율화 된 것 같은데.

“전체적인 추세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입시만 대교협에 준다고 대학을 자율화 해줬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자율을 얘기하려면 인원(정원)이라든가, 사립학교법에 묶여져 있는 것들이라든가 이런 것까지 개방해줘야 한다. 지난 번 총장 회의 때도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재정 문제가 대학에는 중요하다. 재정 문제가 자율화 못지 않게 어떤 형태로든 해결돼야 할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임기가 얼마 안 남으셨는데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간단하게는 ‘좋은 총장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만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다. 대학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본다. 가톨릭대라는 생명체의 성장 과정에서 제가 여기 있는 동안 가톨릭대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 그 때 교수·직원·학생들과 치열하게 부둥켜안았다, 함께 했다 그런 총장으로 기억된다면 그 보다 더 영광이 없다고 본다.”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 정성민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

 

 임병헌 총장은...


 1955년 4월 18일 생으로 1978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4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1985년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1990년에는 독일 프라이브루크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1년부터 2년 간 동두천 천주교회 주임신부를 지냈고 1991년부터 2003년까지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처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3년부터 2년간 동성고 교장을 역임한 뒤 2005년 3월부터 가톨릭대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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