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임명직도 폴리페서’, 교수들은 ‘잠잠’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들이 복귀하면서, 일부 학생들을 위주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치와 교수의 합성어인 폴리페서는 지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교수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논란이 됐다. 정치에 나선 교수가 본분인 강의와 연구에 소홀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강 이후 폴리페서 논란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선출직인 국회의원 선거가 아닌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류우익(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전 대통령실장과 곽승준(고려대 교수)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고려대 교수) 전 외교안보수석 등이 있다.

서울대 사회대와 인문대 학생회는 오는 8일 예정된 류우익 교수의 첫 강의를 앞두고 류 교수의 복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등 학생들의 출입이 많은 장소에 류 교수의 복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당초 류 교수에 대한 수강신청 보이콧 투쟁 등 강도높은 반발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어, 폴리페서 복귀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담은 대자보 성명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

오미경 인문대학생회장은 “단순히 정치를 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류 교수는 대통령 실장을 하면서 촛불집회 사태 등 국민과의 소통 부재라는 실책을 드러냈다. 이를 평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2일 강단에 복귀한 김도연 재료공학과 교수에 대한 집단 반대 움직임이 없는 것도 학생들이 단순히 정치를 했다는 이유로 폴리페서를 비난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김 교수는 “3개월이면 폴리페서이고 6개월이면 아니다라는 등 교수의 정치 참여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교수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있을 때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폴리페서의 복귀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고려대다. 이 대학 정경대 학생회는 지난 2일 곽승준·김병국 교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폴리페서에 대한 학생들의 날선 시선을 드러냈다.

208명의 학생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두 교수의 2학기 복직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3.6%에 달했다. 반대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우들의 수업권 침해 때문’이라는 대답이 71.9%로 가장 많았다. ‘도덕성 문제(61.4%)’, ‘교수는 다른 자리를 좇아 나갔다가 금세 돌아올 수 있는 직책이 아니기 때문(41.2%)’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정경대 학생 중 66.5%는 “폴리페서 문제에 대한 학생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태호 정경대 학생회장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두 분 교수님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며 “교수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교내 규정 제정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폴리페서 복귀에 반발하고 있는 반면, 교수사회에서는 큰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고 있다. 고려대 모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교수의 정치참여가 필요한 측면도 있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안중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이 비판하는건)지난 18대 총선에서 폴리페서 논란이 있은 뒤 학생들의 관심이 커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면서 “폴리페서라고 해서 모두 같은 형태는 아닌만큼 무조건적인 비판은 기껏 정치논쟁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규제상으로도 폴리페서를 비판할 근거가 없었지만, 이번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교수윤리위원장 시절 폴리페서 규제안을 검토했는데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용수·신하영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