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성주의자 준비모임 대표 조영태(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씨

서울대에 남자 페미니스트가 떴다.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영태(25)씨가 주인공. 그는 지난 여름 방학 중 자신의 생각을 담아 ‘여성주의 준비모임’을 제안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자신을 포함해 남학생 3명과 여학생 5명 등 모두 8명이 서울대에도 여성주의 모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왜 집안일은 엄마만 하는거죠?. 엄마도 아빠도 직장인인데 말이에요.” 평범한 사람들은 “우리 집은 아빠가 집안일 해”라거나 “주로 아빠들이 돈을 벌어오니까 그렇지, 그것도 모르니”라고 할만한 질문이다.

조씨도 이런 상식적인 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를 바꿔 놓고 보면 좀 이상하다. “왜 집안일은 아빠만 하는거죠?. 엄마도 아빠도 직장인인데 말이에요.” 아빠든 엄마든 집안일을 혼자서 도맡아하게 된다면 그게 ‘불평등’이고 ‘차별’이라고 생각하는게 조씨 모임의 주장이다.

남성인데 왜 여성주의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고 물었다. “여성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결집된 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피억압계층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나서야 합니다.”

조씨는 신입생부터 3학년까지 학생회 운동에 참여했다. 그 동안 고민했던 대부분의 문제는 모두 여성 차별 문제와 결부돼있었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사사건건 여성문제와 연결짓겠다는 의견을 낸 조씨는 학생회 다른 간부들과도 많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은 주로 등록금이나 생활비 문제로 고민하잖아요. 취직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구요. 여학생의 경우에는 여기에다 일과 가정의 양립의 문제도 고민해야합니다. 일과 가정은 양립할 수 없는건데, 정부에서는 저소득층 출산대책 등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있어요.”

육아문제를 포함해 부양의무에 대해서도 남성에게 지워져서는 안된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그는 “전통적인 삶과 맞물려진 상식으로 통하는 일은 개개인이 떠않기보다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식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씨도 여성들의 삶이 예전보다는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여성들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육아와 가정일까지 떠않고 있는게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법적으로 좋아지고 있어도, 실제로 가능하지 않는게 대부분이에요. 잘 지켜지지도 않죠.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이상 여성이 행복하기는 힘들어요.”

4학년 졸업반인 그는 졸업 후 사회운동을 할 계획이다. 부모님들에게 졸업 후 계획을 밝혔지만, 부모님들은 여전히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담담했다. “3학년까지 학생회 활동하면서 익숙해졌어요. 집에서는 취직을 하던가 고시공부를 하라고 하죠. 하지만, 몇년 사회운동을 하다보면, 부모님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여성주의자모임은 매주 일요일 사회대 내 빈 강의실에서 6주 동안 오픈세미나를 열고, 내년 1학기부터는 정식 모임으로 발족해 여성문화제 등의 행사 등 여성주의 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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