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면접 일정 변경 ‘우려’ 불구 ‘9월 이후 변경 없어’
대학별로 엇갈리는 자가격리 수험생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대한 ‘온도 차’…여전히 고심 중인 대학들

자가격리 수험생은 권역별 고사장을 통해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가 세운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 보호 대책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기에 모든 대학이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진은 지난주 열린 한국외대 학생부종합전형 면접 풍경. (사진 = 한명섭 기자)
자가격리 수험생은 권역별 고사장을 통해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가 세운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 보호 대책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기에 모든 대학이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진은 지난주 열린 한국외대 학생부종합전형 면접 풍경.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대학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일일 확진자 수도 500명을 돌파했지만, 수능 이후 진행될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는 일정 변동 없이 그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본지 조사 결과 8월 이후 추가로 대학별 고사 일정을 바꾼 대학은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수험생이 '자가격리' 판정을 받는 경우다. 대학의 권역별 고사장 활용 여부에 따라 수험생의 응시 가능 여부는 달라진다. 대학이 권역별 고사장 활용을 거부하는 경우 해당 대학에 지원한 자가격리 수험생이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자가격리 판정을 받아도 응시할 수 있는 수능과 달리 대학별 고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따라 지원 가능 여부가 갈리게 됐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해 수험생의 응시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은 비용 부담, 시험지 보안·운송 문제, 권역별 고사장 감독관 파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능 이후 연이은 ‘대학별 고사’…‘우려’와 달리 ‘일정변경 없어’ =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인해 수험생·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수능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을지 부터 문제거니와 수능 이후 대거 계획돼 있는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학별 고사 일정이 혹여 바뀌는 것은 아닌지 수험생 등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일정 변경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코로나19로 대학별 고사 일정이 한 차례 요동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중순 연세대가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해 수능 전인 10월로 예정했던 논술고사 일정을 수능 후로 연기했다. 경기대도 14일에서 내달 20일로 논술고사 일정을 미뤘다. 본래 한번 발표한 대학별 고사 일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101개 대학의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우려와 달리 9월 이후 대학별고사 일정을 바꾼 대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교협 관계자는 “8월 31일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한 대학은 없다”고 했다. 

김현준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은 “논술고사 일정은 대학이 임의로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정”이라며 “8개 권역에 20개 권역별 고사장이 마련돼 있다. 대학들이 협조해 준다면 무리 없이 자가격리 수험생이라도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역별 고사장 놓고 대학별 ‘온도 차’…자가격리 수험생 어쩌나 = 수험생들이 우려하던 일정 변경 사례는 없었지만, 대학별 고사 관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가격리자가 되는 경우 대학별 고사를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교육부는 8월초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2021학년 대입 관리방향’을 통해 “자가격리 수험생의 전국단위 이동에 따른 감염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원 대학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권역별로 마련한 고사장을 통해 수험생이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권역별 고사장에 시험 관리인력을 파견해 전형을 운영·관리한다. 수험생들의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증상 수험생이 장거리를 이동해 다수 수험생과 접촉함으로써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것도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

문제는 권역별 고사장 활용이 ‘권고 사항’에 그친다는 데 있다. 8개 권역에 20개 권역별 고사장이 마련됐지만, 해당 권역별 고사장 활용 여부는 대학의 결정에 달려 있다. 권역별 고사장 활용을 거부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이 대학별 고사 직전 자가격리 판정을 받는다면, 응시 기회는 사실상 사라진다. 

수험생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이미 실기고사를 치른 대학 중 자가격리 수험생의 응시를 거부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 수험생이 모이는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거나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되면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비용 부담 △시험지 보안·운송 문제 △권역별 고사장 감독관 파견 등으로 구분 가능하다. 수험생들의 ‘기회 보호’가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미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대학도 이러한 속사정에 고개를 끄덕인다. 홍익대는 지난달 논술고사 진행 당시 자가격리 수험생 한 명이 시험에 응시해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했다. 홍익대 외에도 가톨릭대·서울시립대·성신여대 등이 지난달 논술고사를 실시했지만, 지원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었다. 

홍석범 홍익대 입학관리팀장은 “서울캠 지원자 중 자가 격리자가 1명 발생해 별도로 감독관을 파견해 시험을 치르도록 조치했다”며 “우리는 다행히 인원이 많지 않아 감독관 2명을 파견하는 선에 그쳤다. 하지만 수능 후 자가격리 수험생이 많아지는 경우 대학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권 주요대학 중에는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관해 고심 중인 대학들이 많다. 서강대는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연세대는 내달 1일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수험생이 자가격리자로 확정되면 해당 학생에게 개별 연락을 취하겠다고 하면서도 권역별 고사장 활용 관련 사항은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권역별 고사장 활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화여대도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할지 여부가 미지수인 대학이다. 이화여대 입학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

중앙대도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권역별 고사장 이용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한강호 중앙대 입학팀장은 “자가격리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권역별 고사장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며 “비용문제와 인력문제가 제일 크다. 다른 대학들의 권역별 고사장 활용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만 결국에는 대다수 서울권 주요대학이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없다거나 검토 중이라는 대학들도 사실상 권역별 고사장 활용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라며 “수험생들의 시험 응시 기회를 명분 삼아 가해지는 교육부의 압박을 버텨낼 수 있는 대학은 없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수험생 ‘응시기회 보호’가 우선, 한양대·한국외대 등 = 물론 녹록치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일찌감치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대학도 존재한다. 한양대는 권역별 고사장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대표적인 대학이다. 김태형 한양대 입학처 차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권역별 고사장을 운영한다고 결정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수험생들의 ‘시험 볼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권역별 고사장에 배치할 인원을 빠르게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도 권역별 고사장 운영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파견 감독관 20명을 확보했다”며 “수요가 있는 권역에 1명씩 파견해 시험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관리 부실 우려를 대비해 권역별 관할 시·도 교육청에 장학사를 공정관리위원으로 파견해줄 것도 요청한 상태다. 

교육부는 '충분한' 권역별 고사장 확보를 통해 자가격리 수험생들의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 과장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로 자가격리자가 많아지더라도 추이를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권역별 고사장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