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학습 환경… 학습자 중심 교육 중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학력 양극화 불러, 대학이 적극 대처해야
블렌디드 러닝 ‘부상’… 원격수업 만족 낮아, 에듀테크 기반 다양한 학습모델 적용 必
‘하브루타 수업’ 쌍방향 수업 활용 등 수업모형 찾고 교수학습방법 변화해야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원격 수업 시대가 열린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바뀐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교육 내용에 더해 학습 방식도 바꿔놨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원격 수업 시대가 열린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바뀐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교육 내용에 더해 학습 방식도 바꿔놨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년이 될 2020년, 교육의 위기와 도전은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원격 수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학습의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면, 코로나19는 학습의 내용뿐 아니라 학습의 방식을 바꿔놓았고 교육의 철학을 다시금 고민하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중요해졌다. 학습 환경이 달라졌고, 학습자의 특성도 바뀌었다. 실물 교육 공간에서는 교수자의 역량으로 학습 수요자의 태도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습 수요자 스스로 학습 의지를 갖고 있어야 교육이라는 행위가 일어나게 됐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들만이 온전한 학습을 이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 간 학력 양극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여러 변화는 일시적인 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미 시대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원격교육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형태는 이제 받아들여야 할 이정표가 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기관과 교수자의 역할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교육철학과 교수학습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래 교육의 과제로 여겨졌던 블렌디드 러닝을 비롯한 다양한 수업 모형을 도입하고, 전공 간 협업을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원격교육 시대의 완전한 도래 =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염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교육기관은 전례 없이 원격교육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종식과 관계없이, 원격교육은 교육의 한 축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교육회의가 11월 4일 발표한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에서는 일반국민과 교사들에게서 코로나19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게 되더라도 온라인 수업을 통한 학습은 이전에 비해 더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최석윤 전문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 회장(한국해양대 교무처장)은 “코로나19로 교육기관들이 원격수업을 확대 도입했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수업의 활성화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한 원격수업…블렌디드 러닝, 대안으로 급부상 = 그러나 원격수업이 모든 교육의 형태를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면 수업 방식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지식교육 외 학습 성과들을 기대하기 어렵고, 원격 교육의 질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 수업이 확대된 것에 대해 일반국민과 학부모, 교사 모두 대면교육이 원격수업보다 교과 지식 교육에 더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학습자의 사회성을 원격수업으로는 기르기 어렵다는 점과 학력격차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요자들의 원격수업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1학기 원격교육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격수업에 대한 대학의 준비 정도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48.1%로 나타났다. 교수들의 원격수업 준비 정도에 대해서도 미흡했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 준비가 잘 돼 있다는 긍정평가는 이보다 낮은 26%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일반대 교원 2881명과 학생 2만84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국 원격수업과 대면 수업을 혼합한 형태의 ‘블렌디드 러닝’이 대세로 떠올랐다. 교육기관들이 전면 비대면 수업보다 일부 수업을 대면 집합 교육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 기준 전국 대학 332곳 중 7곳만이 전면 대면 수업을 실시했고, 나머지 303곳은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2학기 수업 계획을 구상했던 한 대학 관계자는 “원격 수업만으로는 당장 학습효과를 높이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최석윤 회장은 “비대면 수업의 장점도 물론 있지만, 대면 수업을 통해서만 평가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결국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기는 어렵다. 블렌디드 교육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택트’가 일상화 되면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박원광 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 교수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인 ‘K스튜디오’ 에서 수업 녹화 중인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언택트’가 일상화 되면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박원광 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 교수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인 ‘K스튜디오’ 에서 수업 녹화 중인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근본적 대안될 ‘교수학습방법 변화’ 일어나야 = 블렌디드 방식으로 교육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일부를 차지하는 원격수업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 수준 맞춤형 적응학습 프로그램 도입 등의 대안에 주목하는 이유다.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학습모델을 원격수업에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제는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학생들의 기초 학습능력 증진이다. 특히 이 점이 고등교육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인 이유는 이미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이들이 진학해 대학 교육을 받을 시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초‧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미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가 발생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이유로 현재 대학에는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진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재학생의 학습격차를 극복하는 데에도 이제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삼 GIST 교수(기초교육학부)는 학력 격차를 해소한 사례로 애리조나 주립대의 교육혁신에 주목한다. 기초과학과 수학 등 12개 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일정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응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 애리조나 주립대는 학생 중도탈락률을 종전 20%에서 1.5%로 낮추고, 기초수학실력을 갖추지 못했던 학생들의 프로그램 이수율도 28.5% 가량 향상되는 성과를 냈다.

‘하브루타 수업’ ‘협동학습’ ‘토의토론 수업’ 등 대면 수업에서 적용됐던 방법도 원격수업 형태에서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서울교육’을 통해 이러한 수업 모형을 제시하며 “하브루타 수업의 경우 온라인 수업 도입 단계에서 질문 중심 하브루타 모형에 따라 학습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 질문을 작성해, 쌍방향 수업을 할 때 채팅창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토의토론 수업의 경우, 교사가 온라인 학습플랫폼에 토론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올려놓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에 댓글 형태로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줌(ZOOM)의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하면 모둠별 토의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는 에듀테크를 통해 다양한 수업모형 설계가 가능하다며, 이러한 교수학습방법의 혁신이 원격교육으로 충분히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그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전문지 ‘교육개발’ 9월호 기고를 통해 “좋은 비대면 수업을 위해서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운영과 적절한 교육방법의 적용,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에듀테크를 결합해 수업 특성에 맞는 수업모형을 찾고 실제 수업에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2020년 봄학기동안 각 대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교육용 툴(tool)의 공통점은 학생들의 학습에서의 자기주도성과 협력활동을 수월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 간 벽을 허물고, 학생의 창의성 발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황홍규 사무총장은 “서로 다른 전공의 학자들끼리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통섭 역량을 자연스레 기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은 개별 교과, 전공을 중심으로만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 전공 당 교수 숫자가 적은 소규모 대학의 교육 발전이 어렵게 만드는 장벽일 수 있다. 다양한 전공 교수들이 협력해 교육과정을 발전시키는 것이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은 “미래 대학교육을 재설계 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분과 교육을 넘어, 융‧복합 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학문 간 칸막이를 낮추고, 다양성과 융합을 강조하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분과의 엄격성보다는 역량 중심의 유연한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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