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 대입 경쟁률 하락…미달 대학 ‘속출’
한 달 앞둔 기본역량진단…‘학생 충원율’ 지표 2배 배점
지방대 육성법 등 취지 좋다지만…근본적인 방안 필요

지방대가 3중고의 위기에 놓여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방대가 3중고의 위기에 놓여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희망을 기원하는 새해가 밝았지만 대학들의 상황은 희망적이지 못하다. 수시모집에 이어 정시모집까지 연이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들의 근심은 깊어져만 간다. 특히 대입자원 역전으로 인한 지방대의 정시모집 경쟁률 하락이 문제로 지목된다. 경쟁률 하락과 그로 인한 학생 충원율 하락은 대학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에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2021학년 정시모집 미달 대학 17곳으로 크게 늘어 = 지방대의 위기감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2021학년 대입 모집 경쟁률이다. 특히 정시모집에서 대부분의 지방대는 ‘하락세’를 보였다. 3대 1 미만의 ‘사실상 미달’을 기록한 대학이 속출하면서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할 위기에 처한 대학도 그만큼 늘어났다.

특히 부산지역 대학들의 근심이 깊다. 부산대는 지난해 경쟁률 3.35대 1보다 하락한 3.24대 1을 기록했다. 부경대는 3.08대 1, 동아대는 3대 1 수준으로 모두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하락했다. 동명대는 1.17대 1, 영산대는 1대 1로 겨우 미달을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남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남권 국립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목포대조차 경쟁률은 2.4대 1에 불과했다.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도 2.7대 1로 지난해 3.11대 1보다 하락세다. 대학이 몰려있는 충청지역 역시 평균 경쟁률은 3대 1 수준에 그쳤다. 국립대인 충남대와 한밭대가 각각 3.3대 1, 2.74대 1을 기록했으며, 목원대, 배재대, 유원대 등은 2대 1 정도로 지원자가 급감했다.

미달 대학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전국 17개 대학이 평균 경쟁률 1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76.5%가 지방 소재 대학으로 분석됐다. 특히 신라대, 김천대, 영산대, 중원대, 광주대 등은 지난해 2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지방대와 달리 서울·수도권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줄었지만 서울 주요 대학은 평균 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등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지방대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방대에 더 불리해진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 3주기 대학평가는 지방대에는 또 다른 ‘악재’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두고 지방대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3주기 평가에서는 ‘학생 충원률’ 배점이 2주기 평가보다 2배 늘어난 20점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들이 지방에 집중된 점을 볼 때 지방대들은 평가에서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형국이다.

‘역량진단’ 이름이 붙었지만 애초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시행된 대학평가는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점수가 낮은 대학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줄이고, 자연스레 대학의 몸집도 줄이는 방식이다.

2004년 대학구조개혁방안을 통해 사립대의 자율적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국립대 역시 학부 정원의 15%를 감축하게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기조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타깃이 지방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1·2주기 대학구조개혁 정책 평가 및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1주기 평가 이후 2013년 대비 2018년까지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반대 정원은 2~3% 감축한 반면, 지방 도지역은 18% 가까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대학가에서 “서울·수도권과 다른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의 재정지원…수도권의 2분의 1 수준 그친 지방 = 가뜩이나 신입생 유입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지원도 수도권 대학과 격차가 크다. 유지하기도 버겁다는 의미다.

14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정부 대학재정지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학이 정부 연구개발 지원의 44%를 독식하고 있다. 연구개발사업은 지방 소재 대학의 대학당 금액은 52억원으로, 수도권 소재 대학 149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4년제 대학으로 구분하면 수도권 소재 대학의 대학당 연구개발 지원액은 236억원인데 비해 지방대는 91억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대학재정지원에서 4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지원도 수도권 지역 대학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학자금 지원과 국공립대학 경상비 지원을 제외한 일반지원에서 지방대 평균 지원금은 121억원으로 수도권 대학 225억원의 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 작성자인 임희성 연구원은 “이러한 재정지원방식이 지속될 경우 특히 지방 활성화에 기여할 지방대의 연구기능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지원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실종된 지방대 활성화 정책…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전체 정원 줄여 나가야 = 하지만,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한 뚜렷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방대 육성법)’이 현재까지 12개 발의됐지만, 대부분 계류 중이다. 법안이 처리 된다한들 지역 대학을 회생시킬만한 근본적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4년 지방대 육성법 제정 후에도 대부분의 내용을 ‘권고’ 사항으로 규정해 국가나 기업, 지자체에는 법을 시행할 의무가 없다.

‘지방대 살리기’의 방편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제시됐던 공영형 사립대는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됐다. 당초 추진하던 공영형 사립대는 학교 법인 이사의 절반을 공익이사로 구성하되, 국가가 대학 운영비의 50%를 보전해줌으로서 비리나 운영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를 공영화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영형 사립대의 우회 법안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혁신 지원사업’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8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진해오던 공영형 사립대 지원 금액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법이나 일부 사업의 추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방식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인 만큼 대학의 전체적인 인원 감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임 연구원은 ”지방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며 ”이는 단지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교육 여건이 일정 수준이 못 미치고 있어 지방과 수도권을 함께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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