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프랑스 200년 忠 `바칼로레아' 취소, 고교 내신 및 학업 활동 위주 평가 대체
日, `대학입학공통테스트' 첫 도입‧시행, 방역 철저… `코스크' 수험생 실격 처리도
美, SAT 전면 `취소' 대입평가 방식 변화, 하버드 등 주요大 "입시서 SAT 성적 제외”
中, 초대형 대입 `가오카오' 천 만명 응시, 지역별 코로나 위험도 상‧중‧하 구분 대응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코로나19 등장 이후 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각국의 대학입시 지형이 요동쳤다. 프랑스는 지난해 200년 역사의 대입시험 바칼로레아를 취소했고, 올해는 시험일정·평가방식 변경을 예고했다. 미국도 SAT 취소로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시험 성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입평가 방식에 변화를 맞이했다. 국내 사례처럼 대입시험을 연기한 국가들은 철저한 방역조치 아래 시험을 진행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최근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2021년 ‘바칼로레아(Baccalaureat)’ 시험방식과 일정을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교육정책네트워크가 정리한 프랑스 방송사 BFMTV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바칼로레아와 여타 시험들의 진행방식을 최대 시험 시작일 2주 전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시행령의 대상이 되는 시험은 정기고사·입학시험·대학시험·공무원시험 등이다. 수험생을 ‘평등하게 대우한다(principe d'egalite de traitement)’는 ‘평등원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시험 형식·횟수·내용·가중치·구성조건 등의 시험 방식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고된 대로 시험 방식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시험 시작일 2주전까지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이미 지난해와 올해 바칼로레아 시험 방식을 ‘예외적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칼로레아는 매년 6월 일주일간 치러지지는 대입자격 시험이다. 1808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 때 도입돼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시행된 시험이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결국 취소됐다. 

프랑스 교육부는 고교 내신과 학업 활동을 위주로 평가해 바칼로레아 점수를 대체했다. 그 결과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95.7%로 치솟았다. 바칼로레아 합격률은 2019년 88.1%, 2018년 88.3% 등이었다. 급격히 늘어난 신입생 때문에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늘렸다. 

일본은 16일 대입시험인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시작했다. 이 시험은 지난 31년간 시행됐던 ‘대학입시센터시험’이 폐지되고, 올해 1월 처음으로 시행된 시험이다. 대학입시센터에 따르면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치르는 대학은 866개교이며, 응시자는 53만5245명이다. 

시험일은 16일부터 17일까지이며, 코로나19를 고려해 30일과 31일 추가 시험일을 마련했다. 추가 시험일에는 718명이 응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은 내달 13일과 14일 실시되는 추가 시험에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추가시험 신청 시에는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자택대기를 요청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16일 치러진 시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응시자는 시험 응시 중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우리나라 수능과 유사한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도내 한 고사장에서 한 학생이 코 밑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문제를 풀다가 ‘부정행위’로 간주돼 모든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해당 학생은 감독관들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음에도 제대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NHK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실시된 이번 공통테스트에서는 수험생에게 사전에 ‘시험장에서 올바르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전달됐다”면서 “마스크에 과민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만, 해당 수험생은 사전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정된 3월과 5월, 6월 SAT가 전면 취소됐다. 시험장소를 폐쇄 조치하거나 수용인원을 제한한 결과 17만8000여 명의 수험생이 끝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이에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은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 코넬대, 컬럼비아대 등은 대학 입시원서 제출 시 SAT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MIT와 예일대는 SAT를 평가요소에서 제외했다. 

중국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은 ‘가오카오’라 불리는 대입시험 ‘보통고등학교 초생전국통일고시’를 한 차례 미뤘다. 가오카오는 응시자 수가 100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대입시험이다.

중국은 가을학기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가오카오를 6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 간 치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달 미룬 7월에 시행했다. 가오카오 응시생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호적지에서만 시험을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코로나19 위험도에 따라서 상, 중, 하로 방역수칙을 구분해 대응했다. 시험 일자도 지역에 따라 2일부터 4일까지 나눠 실시했다.

이처럼 대입 시험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세계적으로 대입지형이 요동쳤지만, 큰 반발 없이 신입생 선발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건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해외 입시 사례와 시사점’은 “학생의 건강이 대입보다 중요하다는 대부분의 여론이 형성됐기에 큰 저항 없이 대입 시험을 취소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MIT를 비롯해 미국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들은 지난해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MIT 홈페이지)
MIT를 비롯해 미국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들은 지난해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MIT 홈페이지)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