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18일까지 진행된 전문대 정시모집 결과 전국의 상당수 대학이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2대 1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속출했다. 1점대 경쟁률은 사실상 100% 신입생 충원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수시모집 이월 인원이 지난해보다 증가하면서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대학들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수능 응시생은 49만3000여 명이었다. 반면 대학 모집정원은 55만5000여 명으로 ‘정원-지원자 역전현상’이 심화됐다. 전문대들은 등록률이 80%에 미치지 못한 ‘등록률 패닉’ 상태를 수시에서 이미 경험했다. 전문대들은 내달 8일부터 10일까지 정시 합격자 등록 후 일반대와 함께 내달 28일까지 추가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입생 충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래된 위기와 함께 닥친 ‘입시 한파’로 전문대들은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수년간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재정 악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시 자원 확보의 어려움, 계속되는 평가로 인한 대학 구성원의 피로도 증가 등 전문대는 가장 큰 위기의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국대학노동조합이 발표한 ‘대학위기 상황에서의 2021년 이후 고등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대학 직원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95%가 현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상당히 어렵게 인식하고 있었다. 향후 10년 대학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학 구성원들은 대부분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여러 상황이 일반대와 비교해 열악한 전문대에 닥칠 위기는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향후 전문대 입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물론 각 대학이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학에 따라 학과 정원 조정과 통폐합, 국가의 정책 방향에 따른 학과 신설, 지역 특성을 살린 특성화 교육과정 개발, 현장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 활성화, 산학협력 확대로 취업률 향상 전략 마련 등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대학 내 시스템의 개선·혁신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근시안적인 안목과 계획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지역사회와 산업체 현장의 요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반영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전제로 장기적인 목표설정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입시 관련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전문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문대에 대한 인식은 일반대에 비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의 위상 확립을 위해서는 전문대 관련 협의체 등을 통한 공동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각 대학은 지원자 관련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분석 자료를 근거로 데이터 기반의 입시 전략과 홍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전문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처절한 입시 현실을 직시하고, 각자의 우선 해결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를 담당 부서나 담당자의 역할로 한정 짓지 않아야 한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대학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입시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전문대 간 상생하기 위한 상호협력의 필요성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