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컴퓨터학과 교수)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컴퓨터학과 교수)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컴퓨터학과 교수)

요즘 테슬러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약 1조 6600억원) 어치를 매수했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자산 규모만 8조 6800억달러(약 9609조원, 2020년 4분기 기준)인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라이더도 비트코인 매수의사를 밝혔다. 또한 캐나다 금융당국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 출시를 승인했다고 한다. 그 덕에 약 3개월 전인 11월 1일에는 1560만원 비트코인 하나 가격이 현재 5658만원(2월 18일 현재)이 됐다. 도대체 비트코인은 무엇이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며, 또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최초의 탈중앙화된 디지털 머니이다. 모든 화폐나 상품권은 중앙화된 발행자가 있는 반면에 비트코인은 중앙발행자 없이 모든 운영 규약(Protocol)이 공개 프로그램화 되어 정치적, 사회적 고려 없이 규약대로 실행되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머니이다. 발행량이 매 4년마다 반씩 줄어 들며 2140년까지 2100만개만 발행이 되고 더 이상 발행이 되지 않는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머니이다. 따라서 달러를 찍어내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금보다 더 효율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금은 저장, 운반, 매매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금의 품질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 금의 희소성은 그 발행량에 따라 들쑥 날쑥하기도 한다. 따라서 테슬러와 같은 일부 회사나 금융기관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의 하나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다.

그럼 이 탈중앙화된 비트코인과 그 관련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먼저 아날로그로 된 법정화폐를 디지털 머니(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디지털 전환시키고 있다. 중국은 작년 5월에 디지털 위안화를 만들었고 10월 19일에 5만명에게 1인당 200위안 (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쳤다고 발표를 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온라인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코로나 이후 1000만의 중국 관광객이 명동에 와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면 중국은행 계좌없이 핸드폰만으로 우리나라 국민들도 중국 온라인 몰에서 직접 결제를 하게 될 것이다. 즉 디지털 위안화를 통하여 국제결제 수단을 확대할 것이며 달러의 기축통화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소비자는 결국 싸고,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항상 선택하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플랫폼 회사들이 분주해졌다. 왜냐하면 민간기업 주도 디지털 머니가 만들어 지고 있다. 예를 들면, 25억명의 유저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기업발행 디지털 머니를 발행한다고 2019년에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의 중앙은행들을 긴장시켰으며 특히 미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 수가 있다는 우려로 발행을 중단시켰다. 생각해 보자. 25억명이 전세계 단일 통화인 리브라를 쓰는 세상을 말이다. 여행을 갈 때 더는 환전이 필요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각국의 통화정책도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페이스북은 각국의 반대에 부딪치자 '디엠'으로 이름을 바꾸어 1달러를 담보로 1디엠을 발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해 발행할 예정이다. 즉 적어도 달러 패권을 지켜주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 통화감독청(OCC)는 올해 1월 4일에 미국은행과 금융기관이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예컨대, $1에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머니)을 결제 인프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는 '크레이튼'이란 디지털 머니를 만들어서 카톡에서 이를 쓰고자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플랫폼 기업들은 그 생태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인 기업용 디지털 머니를 발행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를 모두 디지털 머니로 전환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 디지털 머니는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머니, 법정 디지털 머니, 기업 디지털 머니로 나뉘어서 서로 경쟁하면서 보완할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머니는 인플레이션 환경 내에서 뛰어난 가치 저장 수단으로, 법정 디지털 머니는 빠르고 편리한 결재 수단으로, 민간 디지털 머니는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시키는 수단으로 쓰일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머니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서 신 디지털 금융 산업으로 인식하여 디지털금융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업권법 및 진흥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민·관·학 협력 체계를 갖춰 신 디지털 금융 산업 발전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글로벌을 선도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데이터를 구글 등 플랫폼 회사에 주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 선도하지 못하면 우리의 디지털 자산을 모두 외국 회사 플랫폼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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