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울산대에 다니고 있는 미얀마 학생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미얀마를 도와달라’는 글을 다급하게 올렸다. 학생은 미얀마에 있는 집과 연락이 닿지않아 괴롭다고도 했다.

이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하던 19세 소녀 치알 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대규모 유혈 진압이 있었고 치알 신은 'Everything will be OK'(다 잘될거야)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가한 모습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치알 신은 미얀마에서 태권도를 가르친다고 도복 입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자신을 소개하더니 민주화 시위에 참가하면서는 ‘나는 A형이고 혹시 사망하거든 시신을 기증해 달라’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이때부터 미얀마의 청년들은 자신의 SNS에 혈액형과 연락처, 학생증 등의 신분증을 남기고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시위에 나서는 치알 신의 손목에 저항의 상징인 붉은 끈을 감아주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아빠 사랑해요’라고 남긴 글귀는 그렇게 마지막이 돼 버렸다. 이제 치알 신은 없지만 소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며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지 40일이 훌쩍 넘었다. 군부는 국가 고문인 아웅산 수치를 비롯해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 수십 명을 구금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자국민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서슴치 않고 있다. 부상당한 시민을 돕는 의료진을 군인들이 총기의 개머리판으로 내려치는 군부의 포악한 모습은 전 세계에 중계됐다.

미얀마 군부의 멈추지 않는 유혈 폭력 진압에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리 교민중 한 명은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그들은 민주주의를 너무나도 바라고 있어요”라고 울먹였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지금 미얀마에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관심이다. 관심만으로도 미얀마 시민들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유엔안보리도 이해관계가 얽힌 주변국들 때문에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지 못하다가 '쿠데타'라는 표현을 빼고 ‘시위대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한참 늦은 지난 10일 내놨을 뿐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면서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고 힘을 보탰다.

#JusticeForMyanmar(미얀마의 정의를 위해) #StandWithMyanmar(미얀마와 함께) 해시태그가 달린 문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8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미얀마어로 ‘감사하다’, ‘고맙다’는 내용이 상당수 올라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보다 앞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얀마어과가 있는 부산외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 대학본부내에 있는 아웅산 수치홀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를 열고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를 위한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미얀마 군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쿠데타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 이미 민주화 운동의 기치를 올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대학생 주도로 민주화 운동이 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 미얀마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학생들이 앞장서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태국을 비롯해 민주화를 원하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 큰 힘을 모아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불교계도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고 국내에 많은 네티즌들도 #SaveMyanmar(미얀마를 구하소서) #미안해Myanmar 해시태그를 달며 SNS상에서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또한 배우 김의성, 홍석천, 가수 바비, 남태현 등 연예인들은 영화 ‘헝거게임’에 나오면서 알려진 독재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세손가락 경례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올리며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시위에 앞장서면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니 몸을 바싹 낮추라’며 시민들을 독려하고 콜라병 하나를 든채 몸을 숙이고 있는 치알 신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의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 비록 치알 신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보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어쩌면 소녀가 남긴 ‘Everything will be OK’는 머지않은 미얀마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었을지 모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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