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3월 새 학기를 맞이한 대학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생이 없는 텅빈 캠퍼스가 더욱 을씨년스럽다. 저조한 입시성적표를 받아든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준비되고 있다. 갈등과 분열의 과정을 순탄하게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대학을 이끌어갈 총장의 면면도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거점 국립대 총장이었던 두 사람의 선택에 눈길이 간다. 둘 중 한 사람은 도립 전문대로, 또 한 사람은 같은 권역 사립대 총장으로 새로이 출발한다.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에 먼저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학 총장은 영예의 자리다. 그러나 명예와 권위만큼이나 짊어져야 할 책무도 막중하다. 대학 총장직이 하도 힘들어 3D 업종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지근거리에서 보기에도 참 힘든 직책이란 생각이다. 대학 총장 사회에서는 “몸 성히 임기를 마친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자리든 그 자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있다. 그러나 대학 총장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그 강도가 예상보다 더 세고 복잡하다. “그만두면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단다. 실상이 이런데 두 전직 총장은 과감하게 어려운 선택을 했다. 그 소용돌이 속으로 자진해서 다시 들어가니 말이다.

총장 역임자들의 농익은 대학경영 경험을 그대로 사장(死藏)시키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낭비다. 대학 총장의 임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짧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총장들은 대학 경영에 감을 잡을 만할 때 물러나게 된다. 대학 혁신의 열매를 거두기도 전에 파종만 하고 물러나야 하는 신세다. 애써 혁신을 향한 분위기를 잡아 제도화를 시도할 때쯤 총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혁신은 표류하고 궁극에 가서는 도태된다.

이런 의미에서 두 총장을 초빙한 대학들에게 어떻게 보면 행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신임 총장으로서 시행착오를 이미 전직 대학에서 겪었다. 따라서 새로운 부임지에서는 그들의 경륜과 전문성을 이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학 혁신의 고삐를 쥘 수 있을 것이다.

두 명 모두 전직 대학에서 대학 혁신의 기치를 높이 든 혁신가로 성가(聲價)를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된다. 김상동 총장은 경북대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국립대 1위, 세계 99위 성과를 거두며 대학의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는 성과를 올렸다. 전호환 총장도 부산대 총장으로 재임 중 대학 혁신에 탁월한 성과를 내 교육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 받기도 했다.

특히 전 총장은 대학 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와세다대학의 개혁》이라는 책을 번역 출간한 바 있다. 총장 자신이 대학 경영자가 아닌 집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는 대학 내 만연한 기득권 세력의 무사안일주의를 들며 통렬하게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역자 서문에서 “연구실은 작은 왕국이고, 교수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주다. 이러한 교수들을 통제하거나 연구실 외부의 법칙을 적용할 수단과 권한이 총장에게는 없다. 회의주의와 개인주의로 무장한 교수들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혁신에 둔감한 국립대의 현실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립대 교수 사회를 빗댄 말이지만 사립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이 출발하는 두 총장은 전직 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학에서의 성공이 현직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매서운 마음의 결기가 있어야 한다.

새 대학에서 마주칠 혁신 반대 세력과의 한판 전쟁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이 없어 대학 문을 닫는 시대다. 모든 교수에게 정년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대학 운영을 할 수 있는 대학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 질환부위를 도려내야 새 살이 붙고 몸 전체가 회복되는 이치는 대학에도 적용된다.

몸이 아프면 명의를 찾듯이 대학도 대학 현실을 정확히 알고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경륜이 있는 총장이 필요한 때다. 한계상황에 접어든 대학을 수렁에서 구해낼 자 누구인가? 경륜이 있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거점 국립대 총장을 역임한 두 사람의 용기있는 선택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당분간 이들이 써내려갈 대학혁신의 장정기(長征記)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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