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교수 사회 특수성 무시"...두산 재단 참여 5개월만에 최대 위기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측의 교수업적평가 개선안에 대해 중앙대 교수사회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과대와 경영대, 공과대 교수 일동이 성명을 냈으며, 타 단과대의 반발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두산의 재단 참여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재단과 본부가 최근 중앙대 교수 전체에 공개한 교수업적평가 개선안은 교수들의 교육·연구 업적평가 기준의 상향과 그에 따른 전면적인 연봉제 도입, 교육·연구 트랙 분리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두산측이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 업체인 머서(Mercer) 코리아에 컨설팅 의뢰해 받은 것이다.

중앙대와 재단은 머서코리아의 제안을 단과대 평교수 1~2명과 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교수업적평가 개선안 검토위원회에 부쳐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검토위원회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지난달 30일 1차 회의를 가진 검토위원회는 "안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문과대 A 교수는 "안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게 위원들의 의견이다. 머서가 대학 컨설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측에 교수들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며, 학교측이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경대 B교수는 "교수 저서에 대해 단 1점의 연구업적 점수도 부여하지 않는 등 교수들의 연구업적에 대한 무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비난했다.

5일 공과대 교수 일동은 성명을 내고 "교수업적평가제도(안)에 대해 우리는 실망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안을 즉시 폐기하고 검토위원회도 해체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과대 교수들은 제안된 안이 중앙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대책이 결여돼있고, 대학의 존립이념과 중앙대 창학 이념에도 정면 배치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업적평가개선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면서 "장단기 투자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발전방안을 제시하라"고 두산측을 압박했다. 이어 "우리 공과대 교수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민주적으로 결정되는 교수업적평가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문과대 교수들도 '대학의 합리적 개혁과 민주적 운영을 위한 문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문과대 비대위)'을 구성해 교수업적평가제도 개선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대학 본부와 재단측에 전달했다.

문과대 비대위는 성명에서 "머서가 제안한 소위 '교수업적평가개선안'은 대학과 교수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교수를 일반 기업의 사원 다루듯 인사관리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이 개선안의 기초가 된 근거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도대체 이런 부실한 안을 갖고 어떻게 900여명에 달하는 중앙대 지성인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머서안을 마치 바이블처럼 절대시하는 재단과 본부 측의 행태다"면서 "머서안은 일종의 용역을 통해 제출된 가안일 뿐이다. 안의 타당성에 대해 재단과 본부가 충분히 검토해 납득할만한 안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경영대도 성명을 내고 '머서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단측은 교수들의 문제제기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태희 학교법인 중앙대 상임이사는 "어떠한 부분이 교수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면서 "대안 제시 없이 기본 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대와 재단측은 결국 6일 2차 검토위원회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머서안' 확정을 뒤로 미뤘다. 7일 중앙대에 따르면, 6일 열린 교수업적 평가 개선안 검토위원회 결과 검토위원들의 '머서안 수용 불가'를 대학 본부와 재단측이 받아들였다. 3개 단과대 교수들이 집단 반발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대는 계열별 교수 1인과 교수협의회 대표 교수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교수업적평가 개선안 소위원회를 만들어 오는 27일까지 새로운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이 안에 대해 본부와 재단측이 협의해 최종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교수들과 본부측의 이날 협의는 그러나 양측의 시각차이가 여전히 있어, 추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교수협의회측은 "교수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최종 개선안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본부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희산 교무처장은 "합의라기보다는 의견 일치라는 표현이 적당하다"면서 "일단 교수들이 27일까지 만든 개선안을 본 뒤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토위원회 모 교수는 그러나 "본부와 재단측이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최종안을 재단이나 본부가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도록 합의를 봤다"고 말해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결국 교수들의 집단 반발에 따라 교수업적평가 개선안의 확정시기는 미뤄졌지만, 여전히 갈등이 불거질 수는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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