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교육위 위원장 주최 ‘미네르바 스쿨’ 간담회 열려
벤처 투자자 이성원 대표·이인배 팀장 등 전문가 초청
알려지지 않았던 미네르바… 한국 대학 교육의 한계 짚어
대학 교육의 대전환 필요한 시점… 온라인 교육 가능성 진단

유기홍 국회 교육위 위원장이 23일 오전 홍준 본지 대표이사와 벤처 투자에 참여한 이성원 핀포인트벤처스 대표와 이인배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을 초대해 '미네르바 스쿨'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유기홍 국회 교육위 위원장이 23일 오전 홍준 본지 대표이사와 벤처 투자에 참여한 이성원 핀포인트벤처스 대표와 이인배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을 초대해 '미네르바 스쿨'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의 혁신, 대학의 미래를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미네르바 스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도와 규제에 얽매인 한국 고등교육의 현실에서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나 다름없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달라졌다. 시대의 흐름이 교육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 수업의 20%로 제한했던 온라인 수업 규제를 전면 해제했고 대학은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대학에서 온라인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9년에는 국내 벤처캐피털 기업들이 미네르바 프로젝트에 6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장 눈앞의 가치보다 미래 혁신대학으로 주목받는 미네르바 스쿨의 잠재력에 투자한 것이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홍준 본지 대표이사와 벤처 투자에 참여한 이성원 핀포인트벤처스 대표, 이인배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을 초대해 미네르바 스쿨 간담회를 진행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네르바 스쿨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향후 20년 뒤 범용화 될 수 있는 교육의 포맷”이라던 이 대표의 말과 “둘도 없는 고유함을 가진 학교”라는 이 팀장의 표현이 피부로 와 닿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알지 못했던’ 미네르바 스쿨

유기홍 위원장
유기홍 위원장

유기홍 위원장(이하 유기홍): 미네르바 스쿨이 2012년에 시작 돼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 되고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회 교육위 위원장으로서 대학이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얘기해보고 대학의 발전 방향을 그려보고 싶다.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성원 대표(이하 이성원):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미네르바 스쿨이 대학이면서 영리 사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미네르바 스쿨은 두 가지로 나뉜다. 비영리 법인이면서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미네르바 스쿨은 국내 대학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투자한 곳은 미네르바 프로젝트라는 회사다. 이곳은 영리사업을 하는 영리 법인이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고 이사진의 구성도 두 법인이 다르다. 다만 창업자인 벤 넬슨은 두 곳을 겸임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미네르바 프로젝트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다. 상장이 된다면 그 수익은 등록금이나 장학금 지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인배 총괄팀장(이하 이인배): 수익 사업에 대해 첨언 하자면 홍콩이나 인도 등 특정 대학에 미네르바 스쿨 강좌의 플랫폼과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 간 장기계약을 맺고 소프트웨어 사용료나 커리큘럼에 대한 라이센스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매출을 높여갈 예정이다. 원래 대학교에만 초점을 맞췄었지만 코로나19로 고등학교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기홍: 미국의 대학들은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를 통해 입학을 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SAT를 보지 않고 면접, 에세이 등 전혀 다른 방식의 입학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르바 스쿨 입학 전형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인배 수석팀장
이인배 수석팀장

이인배: 입학 단계부터 커리큘럼까지 백지상태의 시스템에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미국의 대학은 복수지원을 할 수 있는데 전형료를 적게는 100달러씩 지불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전형료부터 없앴다. 기존에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에서도 탈피했다. 순수하게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글로 표출하도록 했다. 사람의 캐릭터를 평가하는 게 미네르바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유기홍: 이상적인 평가를 논할 때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사례를 많이 든다. 바칼로레아의 시험 방식이 미네르바 스쿨과 비슷하다. 철학적이고 주관적인 질문을 한다. 한국의 대학은 모든 것을 정량평가 한다. 공정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교수들이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잘 준비하면 온라인 강의의 집중도가 더 높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미네르바 온라인 수업의 핵심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인배: 단방향 주입식 교육이나 단기간 시험으로 증명하는 방식이 없다. 대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중점을 둔다. 평소에 많은 양의 책을 읽게 하고 수업에서 토론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비판적 사고를 하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결론을 내는지에 집중한다. 이 트레이닝 과정을 2년간 진행한다. 다양한 콘셉트의 교육을 해시태그처럼 제시하고 4년의 교육 기간 동안 과제나 토론에서 이 모든 것을 다 활용해보게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비판적인 사고에 능숙해지고 일반적인 대학생의 수준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성원: 미네르바 스쿨 교육의 철학은 탈무드 교수법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말이다. 미네르바 스쿨을 온라인 대학이라고 하지만 내부에서는 온·오프가 혼합된 대학이라고 말한다. 수업을 하면서 각 나라에서 인턴십 형태의 실무 교육을 한다. 학생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면서 학부생들의 수준과 다른 결과를 낸다. 실무융합 중심의 교육을 하는 동시에 온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 교수방식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졸업식이 대표적인데 졸업식을 통해 미네르바 교육의 방점을 찍는다. 연사가 나와 강의하고 축사를 전하는 대신 이곳에서는 6시간 동안 각 분야의 멘토와 학생들이 동시접속 해 논스톱 토론을 이어간다. 실제 졸업식에 참여해 지켜보니 굉장히 극단으로 온라인을 활용해서 교육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을 체험했다.

국내 대학 교육의 한계는 무엇인가
유기홍: 한국 대학의 교수들은 학생들이 말을 하지 않고 토론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고민이라고 한다. 미네르바 스쿨 재학생을 만났을 때 한국의 학생들과 어떤 점이 달랐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홍준 대표
홍준 대표

홍준 대표(이하 홍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아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초중고는 상대적으로 교육이 열려 있는 반면 대학은 평가와 연결된다. 학생들은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토론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졸업만 하면 취업이 가능한 시기였다. 지금의 대학은 취업이 너무나 어렵다고 한다. 대학의 문제일까, 산업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 예전처럼 8시간 동안 앉아서 일하는 게 미덕이 아닌 것처럼 현 상황에서 대학이 이런 어려움을 스스로 타파해 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한국 대학에 미네르바 스쿨을 소개시켜 주면 어떤 대학도 모두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유기홍: 홍준 대표의 말에 일견 동의하지만 사실 한국의 대학교육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물론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이 급속도로 늘었고 입시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의 규제는 그대로인데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바뀐 지금까지 방치한 교육 당국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 못한 대학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성원: 한국은 미네르바 스쿨에 관심도 많고 문의도 많지만 실제 미네르바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아 안타깝다. 세 가지 측면에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우선 IT 기술을 활용해 수업을 한다는 심리적 저항감이 존재한다. IT 비용 지출에 대해서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소위 ‘잃을 것 없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채택률이 훨씬 높다. 또 하나는 대학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의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가 있지 않나. 온라인 수업의 도입으로 자신들의 분야가 침해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이버대학과 무엇이 다르냐는 인식의 무지함이다. 현재 한국은 무방비 상태에서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에게 최적화 되지 않은 수업을 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유기홍: 한국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입장에서 각 대학들이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는 규제 개혁 문제로도 이어진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훈을 한국의 대학 교육에 적용한다고 했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핵심적이라고 보나.

이성원 대표
이성원 대표

이성원: 교육의 일정 비율을 온라인 수업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보고 조망해야 한다. 대학 뿐 아니라 학교 수업의 20%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 자체 개발이 아니더라도 국내 스타트업 회사나 해외 업체를 활용해서 해도 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인센티브를 대학에 제공한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열정적인 스타트업과 산학협력을 진행하려고 할 것이고 회사는 저비용으로 자신들의 시스템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시장에 선 규제를 만든 뒤 거기에 맡게 진행하는 방식이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홍준: 대학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담이 크다. 무작정 새로운 방식만을 시도하려 한다면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해도 어려울 수 있다. 교수들도 도전하고 싶은 경우가 많지만 책임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혁신지원 사업비가 배정 돼 있으니 이런 부분을 조금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대표가 말한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유기홍: 현실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코로나19로 부득이하게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 앞으로의 경쟁력이라고 보기 보다는 재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과제라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성원: 학생들 입장에서는 적절한 비율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교수와의 유대, 수업 외 학내 활동 등이었다면 온라인 수업은 오히려 거부감이 없다.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 자체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이인배: 서울 내에서만 하더라도 신촌까지 통학하기 위해 1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학생에게 교육 자율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홍준: 본지가 지난해 9월 코로나19 이후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30%,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원하는 비율이 20%, 온라인 수업만으로 만족한다고 한 응답이 30%였다. 코로나19 직후 준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점차 수업이 나아지면서 온라인 수업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유기홍: 한국의 대학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홍콩 과기대처럼 일종의 계약을 맺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고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장점만 도입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인배: 한국의 실정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네르바 스쿨 시스템을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우선 영어로 돼 있는 시스템을 완전 현지화 하지 않으면 도입한다고 해도 활용이 어렵다. 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일부 학교를 선정하거나 뜻이 맞는 교육자들이 모인 곳에서 장기적인 실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교육에 드는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거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거라 예상한다.

이성원: 정부가 온라인 교육을 장려할 수 있는 있는 판을 깔아주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마음껏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어떨까. 이 주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유기홍: 국회 교육위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대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홍준 대표를 비롯해 중요한 분들을 모셔 느끼는 바가 많다. 이 내용을 토대로 교육에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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