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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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지역인재 유출’ 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2의 수도로 일컫는 부산광역시만 해도 지역을 떠나는 청년 인구 비율이 매년 50%를 넘기고 있다. 벌써 3년째다. 대학 교육은 인천에서 받았지만, 취업은 서울에서 하겠다면서 지역을 등지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대학을 다녔던 지역을 뒤로 하고 대도시로,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청년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지역 불균형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권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를 법제화하고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에 교육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모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7개의 도립대학이 있다. 강원도립대와 경북도립대, 전남도립대, 충남도립대, 충북도립대가 있고 경남도는 경남도립거창대와 경남도립남해대 등 2개의 도립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우수 인재가 도내에서 전문교육을 받게 하고, 도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크게 해소할 목적으로 세워진 교육기관이 바로 도립대학들이다. 지역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최근 이들 도립대학 7개교 가운데 충남도립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 대학의 연도별 취업률이 해마다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충남도립대 졸업생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은 충남도에 취업하고 있다는 분석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지역인재 유출과 지방소멸 위기 측면에서 충남도립대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충분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대학정보 공시 취업 현황을 분석했다. 충남도립대 졸업생의 50% 이상은 충남 지역에 안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52.1%, 2019년 50.8%, 2020년 51.3% 등 평균 52%에 달한다. 충남도립대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매년 충남도 안에서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와 인접한 대전, 세종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역에 안착한 학생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60% 이상을 웃돈다. 대전과 세종, 충남 지역에서 취직한 학생들의 수를 연도별로 살피면 2018년 63.2%, 2019년 60.1%, 2020년 61% 등으로 나타났다. 충남도립대를 졸업한 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충남권에 정착했다는 의미다.

충남도립대는 충남 청양군에 있다. 청양군 인구는 3만명으로 충남도 안에서 꼴찌다. 소도시 산골 촌동네에 대학교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런 작은 대학교가 충남권 전체 취업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란 것은 이 대학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들의 강한 신념 때문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방대학은 지역의 ‘처마’가 돼 줄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충남도립대가 도립 공립대의 선두주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충남도립대는 올해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율 98% 성적을 거뒀다. 200명대 이상의 대규모 정원 미달을 경험한 대학들이 전국에서 속출한 것에 비한다면 ‘지방대 입시대란’이라는 시대의 위기도 가뿐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충남도립대는 학생들의 지역 내 취업을 확실히 밀어준다’는 인식이 하나의 유행 상품처럼 입소문을 탄 데에서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지역과 지방대를 살린다면서도 정작 추진하는 정책은 지역의 거점 국립대를 살릴 궁리만 하고 있다. 오히려 충남도립대와 같은 작은 규모지만 그 지역을 지키는, 지역권을 먹여 살릴 대학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자신의 출신지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취직해 가정을 꾸리며,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다시 지역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선순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의 변화를 촉구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흡사한 고등교육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학령인구 대비 대학 진학률은 절반 정도로, 전체 대학생 수를 놓고 보게 되면  우리나라 대학생 수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대학 수는 우리의 두 배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1000명 정원 미만의 소규모 지역대학의 수가 아주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소규모 지역대학들이 일본 곳곳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었던 동력은 중앙·지방 정부의 지원에서 비롯된다.

우리도 이제는 산골 촌동네의 작은 대학을 키워야 한다. 지역에 있지만 특성화 된 교육을 하는 대학이라면, 지역을 먹여 살릴 충분한 역량을 보이는 대학이라면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 중심의 육성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의 실효는 그것대로 면밀히 검토해 조정하면 될 일이다. 소규모 지방 전문대라도 그 대학이 지역의 ‘처마’가 될 수 있다면, 그들이 강한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키워야 할 때다. 충남도립대가 일으킨 파란이 어느 한 대학만의 특별한 사례로 남지 않고, 제2의 제3의 지역 강소대학들의 사례를 더욱 자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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