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국 고등학생들이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5일 전국 고등학생들이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올해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없이 수능이 치러지는 첫 해다. 대학들은 이번 수능 결과를 참고해 인문계열 학과 선발 시 수학 최저학력 기준을 다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계열 선발에서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의 경우 사실상 수학 선택과목을 지정해 계열 구분의 의미를 계속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불린다. 사회탐구(사탐)와 과학탐구(과탐) 외에 수학, 국어에서도 수험생들이 계열의 구분없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과목이 신설되기 때문이다. 국어 공통과목은 ‘독서’와 ‘문학’, 선택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다. 수학은 ‘수학Ⅰ’과 ‘수학Ⅱ’가 공통과목이며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이다.

대학들도 첫 통합 수능 체제에서의 모집 전형 계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2023학년도 전형 계획을 4월 말까지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수능에 대한 전망은 2023학년도 전형 계획에, 2022학년도 수능 결과는 2024학년도 전형 계획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서울 A대 입학처 관계자는 “첫 통합수능에 대해 대학 입장에서는 점수 산출이 가장 걱정”이라며 “향후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B대 입학처장은 “올해 처음 도입되는 방식의 수능이라 불확실한 점이 많다. 이번 결과를 보고 신중하게 분석해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연구할 예정”이라며 “전형 설정과 평가 설계에 있어 자문 교사단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수능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수학이다. 수학 영역에서도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진 만큼, 인문계열 성향의 학생들이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수능까지만 해도 수학 영역에서 이과 성향의 학생들은 가형을, 인문계열 성향의 학생들은 나형을 선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공통과목에서 함께 경쟁해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수능에서 수학 30문제 중 22문제가 문‧이과 공통으로 출제된다. 문항이 많은 공통과목의 변별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수학에서 강한 이과 학생들에 비해 문과생들이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을 앞두고 가장 변화가 큰 곳은 인문계열 모집단위일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학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현재 대학들이 수능 최저 등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고 자문도 많이 구하고 있다”며 “인문계 학생들이 이번 수능에서 기대했던 수학 최저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전에는 수학 나형을 선택해 인문계 성향 학생들이 최저등급을 맞췄는데 이번 수능부터는 인문계열의 최저 학력 기준 충족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성호 대표 역시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요구하는 전형에서는 문과 학생이 다소 불리할 수 있다”며 같은 맥락의 견해를 내놨다.

자연계열에서는 통합 수능이 의미를 잃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은 올해 선발에서 수학과 과탐 선택과목을 지정한 경우가 많았다.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합격 후 해당 학과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선행 학습이 충분히 이뤄졌는가를 파악해야 하기에 과목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 일부 모집단위에서 수능 수학영역에 미적분이나 기하를 필수적으로 응시하도록 한 대학이 56개교, 확률과통계를 지정한 대학은 3개교였다. 과탐을 지정한 대학은 62개교였다”며 “상위권 주요대의 경우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대부분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 중 하나를 택하게 했고 과탐을 지정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 등은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를 지정했고 동시에 과탐을 지정했다.

또한 확률과통계 응시생도 지원 가능한 곳은 의대 중에서는 강원대·가톨릭관동대·건양대·경상대·순천향대 정도였다. 약대 중에서는 삼육대·경상대·인제대·고려대(세종) 등이 해당된다.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학 미적분과 기하, 과탐을 지정한 C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이공계열 학과를 지원할 학생들은 당연히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할 것이고, 인문계열을 지원할 학생들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할 것이다. 결국 2022 수능 이전과 이후가 문‧이과의 구분 측면에서 많이 달라질 것이라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공대를 오는데 어떻게 기하나 미적분을 안 하고 공부를 할 수 있겠나. 이는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다. 고등학교에서는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졌어도 대학에는 여전히 전공 성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학생 모집 여력이 충분하고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대학들의 이야기다. 쉽게 말해 학생이 몰리는 대학에서나 ‘선발’에 관심이 있을 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에서는 수능의 변화를 둔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형 방법보다는 모집정원 충원의 측면에서 입시 전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험생의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대학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강원권 소재 D대 입학처장은 “지방대에서는 입시 부분에서 2022학년도 수능의 변화와 전망보다 학생 모집이나 정원 감축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며 “신입생 등록률을 100% 채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서 통합 수능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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