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로 북적북적. 수업이 끝날즈음엔 삼삼오오 모여 밥집, 술집으로 향하는 청춘들. 미팅은 미팅대로 혈기 왕성한 젊음에 왁자지껄이 한창이고, 다른 한 쪽에선 실험했던 연구와 관련해 끝없는 담론이 펼쳐진다.

학생들의 얼굴에 근심은 찾아볼 수 없고 그렇게 대학에 힘이 넘치고 활성화 되면 지역 경제는 덩달아 춤을 추게 된다. 기업엔 자연스럽게 인재가 유입되고 그것이 곧 국력이 되는 유기적인 시스템. 대학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것과 맞물린다.

아무튼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상상이다. 이렇듯 어떤 예언이나 생각이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 충족 예언’이라고 한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행복해지는 상상을 좀더 해보자. 젊음에 힘이 넘치고 모든 대학이 웃으면 기업들이 행복해지고 국가는 어깨가 절로 들썩이지 않을까.

최근 음악계는 브레이브걸스가 단연 화두다. 어제까지만해도 이제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해체하기로 마음 먹었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무엇을해도 인기는 커녕 관심도 얻지 못하니 그렇게 없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태계의 법칙일지 모른다.

하지만 활기차게 웃으며 군부대에 위문 공연을 했던 과거의 영상이 유튜브에 소개되며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전쟁 났을때 이 영상 틀어주면 무조건 승리한다’는 베스트 댓글은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그야말로 해체 하루 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물밀듯 밀려오는 스케쥴. 4년 전 노래가 왜 이제와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정작 멤버들도 몰랐지만 환호성을 내질렀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몸이 기억하는 대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시대를 역주행한 것이 바로 ‘롤린’이라는 노래다. 군인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그들의 사연에 ‘1일 1롤린’ 운동을 벌이면서 그녀들을 더욱 바쁘게 혼쭐냈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보자. 학령인구 감소 여파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 악화로 학과를 없애야 하고 혹은 학교를 문닫아야 하는 현실. 환경적인 변화 자체도 대학을 옥죄고 있는 마당에 교육부까지 대학을 기본역량진단 평가로 채찍질하며 옭아매고 있는 현실이 괴로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지역 대학들은 해체(?)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여기서 지역 대학들이 역주행한다면 어떨까. 갑자기 교육부가 지역 대학 살리기에 나서면서 유례없는 재정 지원을 해준다. 지방 대학들은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폐과와 폐교를 미루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쏟게 된다. 지역대학에 규제를 풀어 자율을 주면서 교육의 질이 올라가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시스템. 똑같은 학령인구 감소를 겪고 있지만 초중고는 한 반의 학생 수를 줄이면서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대학도 정부의 무한 지원으로 과거에는 놓쳤던 서열화 타파에 힘쓰고 상향 평준화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게 된다.

또 위기를 경험하고 있으니 미래의 대책을 만들어 볼까. 최근 ‘지방대 위기 해결책’ 토론회에서 나왔던 지역 대학에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교육을 하면 고용은 물론 기업이나 기관의 자녀들이 다시 지역 대학으로 유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아이디어. 연합체제를 뛰어넘는 수준의 공유대학으로 지역 대학의 상생 생태계 구축을 만드는 지역혁신플랫폼모델을 만들어 둔다. 지방 대학에 위기가 와도 끄떡없는 공동입시체제를 구축하고 기업과 공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키워내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위기가 오지 않아 과거엔 실행하지 못했던 대책들을 마련해 두고 향후 위기때마다 하나씩 꺼내며 파고를 넘는다.

그럼 진짜 현실로 돌아가보자. 지난해 지방 국립대를 포함해 역대급 미달률이 속출했고 급기야 한 대학이 수능을 치르지 않는 사람들까지 충원하려고 모집공고를 내자 수많은 비웃음이 뒤따랐다. 결국 '이럴줄 알았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나서 비웃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학들이 학벌주의에 기대 서열화된 수능 배치표에 안주하며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수능없이 갈 수 있는 대학도 있어야 하며 희망하는 학과에서 누구나 공부할 수 있어야 하고 심지어 나이에 상관없이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학은 젊은이들을 경쟁시켜 한줄세우기에 혈안이 되서는 안되며 국민의 배움터로서 평생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입학이 어려운 순서로 서열화 되면 안되며 입학생이 얼마나 훌륭한 졸업생으로 성장하느냐로 평가받아야 하고 그런 노력을 절실히 기울이는 대학들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비로소 벼랑 끝에서야 나오는 대학들의 자구책에 비판이 뒤따를 수 있지만 정 교수의 말처럼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역주행’이 꼭 꿈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려면 물론 교육부가 여러모로 나서야 한다. 하버드대 로젠탈 교수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보여줬던 로젠탈 효과처럼 기분 좋은 상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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