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두 도시 모두 여야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를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불과 얼마 전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집권당이기에 충격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철옹성 같은 방어벽이 조금 느슨해진 느낌이다. 그동안 여권은 조국사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부동산 정책, LH사태에 이르는 동안 나름대로 그들만의 논리를 전개하며 강경일변도로 국면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집권당 내부에서 그동안의 오만하고 독선적 정책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이 ‘오만’과 ‘무감각’으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자기들만이 옳다’는 오만과 무감각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한 말이겠지만 한마디로 민심으로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고 받들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실패한 정책도 문제지만 정부 여당의 잘못된 ‘자세’와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주요 당직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니 ‘집권당’의 고해성사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하긴 정부여당의 ‘오만’과 ‘무감각’은 집권 초부터 문제였다. ‘촛불시위’로 태동한 ‘촛불정권’이기에 지나치게 ‘적폐청산’ 도그마(dogma)에 매달린 경향이 있다. 그런 행보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자 거의 ‘독선’적 성향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가 민심 이반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적(敵)과 아(我)의 구분은 명확해졌다. 자연스럽게 ‘통합’과 ‘조화’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국회에서는 거대여당 주도의 일방통행식 법안 처리가 연일 계속됐다.

정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은 교육정책에서도 발견된다. 철저하게 ‘현장무시’ ‘무사안일’에 입각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해도,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많은 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에 내몰려도, 여러 규제가 대학의 자율적 성장 기회를 얽어매고 있어도 본질적인 접근을 외면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얽어매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은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자리만 맴돌고 있다. 미네르바 대학이나 애리조나주립대처럼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면서 혁신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나 몰라라’이다. 여기저기에서 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러니 정책전환이 안 된다.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대선으로 갈수록 선거 때만 되면 단골메뉴로 나오는 ‘교육부 폐지론’이 다시 불거질 것 같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라고 만들어 놓은 중앙행정기관이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학은 급격히 황폐화 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부재정지원 사업 평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사학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실행되고 있는 종합감사도 과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교육부 감사기능은 대학의 준법 경영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장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부 감사는 사학혁신 및 신뢰회복이라는 순기능보다는 피감기관에 대한 망신주기, 과잉처분, 징계남발 등 조치로 오히려 사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에 따라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교육부 감사결과로 수사 의뢰된 사건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사학의 대표주자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사학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교육부 처분을 중지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감사라는 칼자루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교육부 조치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여러 인허가권과 재정지원으로 대학 위에 군림해 왔던 교육부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교육부의 과도한 감사결과 조치에 도전하는 연고대의 시도가 전체 사학의 실추된 명예회복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교육부 감사조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수긍하기 힘든 점이 있어도 대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는 지금도 대학과의 관계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갑질이 문제되는 사회가 됐다. 아니 싫어하는 사회가 됐다. 그동안 갑의 위치에서 전가보도(傳家寶刀)의 권력을 휘둘렀던 정책당국의 오만과 독선이 변화되기 바란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다. 교육부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교육부 정책을 바꾸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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