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청년 자해·우울증 진료 건수 급증
‘인간관계공백’…청년 우울증 심각
‘자살’ 신고도 1년 사이 1170건 늘어

코로나19 여파로 청년층에서 자해·우울증 진료 건수가 급증했다.(한국대학신문DB)
코로나19 여파로 청년층에서 자해·우울증 진료 건수가 급증했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코로나 블루’에 빠진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인간관계공백’, ‘교육공백’ 등 사회적 유대를 쌓기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자해·우울증 진료 건수가 폭증했다.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비례)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의적 자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자해 진료 건수는 1076건으로 2019년 상반기 792건 대비 3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 사이 20대는 80.5%, 30대는 87.2% 급증했다. 청년층의 증가율은 다른 연령층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의원실은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크다. 고의적 자해가 전 연령층에서 259.9% 증가했는데 특히 20대는 407.1%로 가장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우울증 진료 건수도 크게 늘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 5724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56만 3239명) 대비 5.8%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연령은 20대였다. 2020년 상반기 진료 인원은 9만 3455명으로 2019년 상반기 7만 2829명보다 2만 626명(28.3%)이나 증가했다. 2015년(3만 3200명)과 비교하면 무려 181.5% 폭증했다. 30대 증가율도 높았다. 2019년 상반기 6만 7394명에서 2020년 상반기 7만 7316명으로 9922명(14.7%) 늘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 고립감 등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개인적 우울·불안 증세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 영역에 있어서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치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상담·치료비 지원과 함께 진료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등 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청년층의 우울함이 크다는 보고서는 또 있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보고서에서도 청년층은 우울함을 크게 느꼈다. 조사는 중복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울척도검사(CES-D)를 통해 측정한 결과 전체 청년 구직자 평균 우울감은 23.2점이었다. 해당 척도는 60점 만점에서 16점 이상이면 경증의 우울증상, 21점 이상이면 중등도의 우울증상, 25점 이상이면 중증의 우울증상으로 판단한다. 우울함의 원인인 스트레스 요인(중복응답)은 구직(84.6%)과 생계(68.8%)였다. 정보영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청년들의 마음건강 지원 정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이 지난해 8월 만 18세 이상 전국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일이나 생활에 자유가 제한됐다’(55%)고 답했다. 이어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낀다’(39.3%), ‘실제 우울감을 느낀다’(38.4%)는 답변도 40%에 육박했다. 코로나19로 자해·우울감이 높아지면서 자살 신고도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자살 신고 접수 건수는 4만 2291건으로 2019년 상반기(4만 1121건) 대비 1170건 늘었다. 2015년 하반기 2만 6536건과 비교하면 1.6배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청년층에서 고의적 자해·우울증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령별·지역별 대책이 정부차원에서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해를 한 경험이 있는 강은영 씨(가명)는 “코로나19로 채용하는 기업도 줄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어려워 힘들었다. 지금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그 당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려 자해를 한 적이 있다”며 “친구들 못 만난 지 오래됐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이 더 심해졌다는 최아람 씨(가명)는 “내 의지로 집밖에 안 나가는 것과 강제로 못 나가는 것은 다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야구장이나 전시회를 자주 다녔다. 평소 우울감이 많은 경향이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에만 머무는 일이 많아져 답답하고 더 우울해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으로 ‘물리방역’도 중요하지만 ‘심리방역’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취업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기회가 더욱 축소돼 좌절하기 쉽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쉽지 않다”며 “대학생의 경우 주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친구들과 교류가 적어지고 집에만 있어 우울한 기분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과 인적교류에 대한 스트레스가 취약한 성격이나 마음의 상처들과 결합되면서 청년층에서 자해나 우울감이 증가될 수 있다”며 “물리방역도 중요하지만 심리방역도 중요하다. 대학 당국자들은 심리방역을 위해 심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생상담센터에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영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활발하고 발산적인 활동력이 상대적으로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이 많아 더 많은 우울과 불안을 경험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적인 환경자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통제가능한 환경을 바꿔보는 것으로 이런 우울이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일례로 타인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가까운 가족, 지인들과 연락을 깊이 한다든지 자기돌봄의 태도로 이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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