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립대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결여, 지원 감소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급감과 미충원 충격까지 더해지며, 국내 사립대는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립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의 개혁과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따라서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기반한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③ 사립대학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④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1)
⑤ 사립대학의 재정운영 실태를 밝힌다.(2)
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⑦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1)
⑧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은 사립대학의 재정수지 악화를 장기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2009년)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2012년)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2012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시행(2012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추진 등에 따른 정원감축(2014년) △입학금 80% 감축(2018년) △개정된 강사제도 시행(2019년) 등이다.

게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충원 미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유학생 유치 감소는 재정수지 악화를 가중시켰다. 따라서 사립대학은 교육투자 능력 부재로 정상적인 교육 기능을 상실할 정도의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할 당위성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교육투자를 통해 당면하고 있는 재정적 위기를 해소하고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립대학의 재정 운영실태를 밝힌다.

■재정수입 감소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교육투자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워 = 사립대학 관련 회계는 법인회계, 교비회계, 부속병원회계, 산학협력단회계 등이 있다. 이들 회계 중에서 등록금 및 수강료, 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 등 교육운영과 가장 관련이 있는 회계는 교비회계다. 따라서 교비회계를 보면 교육운영의 재정 상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가장학금제도의 도입(2012년) 이래 사립대학(전문대 포함) 재정 규모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표1>을 정리했다.

사학진흥재단의 ‘재정분석보고서’의 자금수입 총계는 국가장학금이 국고보조금과 등록금 수입에 중복해서 계상됐으므로 실제 재정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에서 국가장학금을 제외했다.

따라서 <표1>의 자금수입 총계는 재정분석보고서의 자금수입 총계보다 국가장학금만큼 적은 실제 자금수입 총계다. 2012회계연도 기준 2019회계연도 자금수입 총계의 변화 비율을 보면 일반대 97.1%, 전문대 77.7%에 이르고 있다. 2019회계연도 수입 재정 규모가 2012회계연도보다 일반대 2.9%, 전문대 22.3%가 감소한 것이다.

<표2>의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소비자 물가 및 공무원 인건비 변동 배율을 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8.2%, 공무원 인건비 인상율은 120.8%다. 소비자 물가 상승 배율이나 공무원 인건비 인상 배율만 적용하더라도 사립대학(전문대) 재정 규모도 8.2~20.8%는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2.9%(일반대), 22.3%(전문대)나 감소했다. 지출 규모를 감축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교육의 질 제고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곤란한 위기 상황임을 보여준다.

■반값등록금 정책 및 등록금 동결 정책이 사립대학 재정수지 악화의 요인 = <표3>에서 보면 2012회계연도 대비 2019회계연도 등록금수입은 일반대 96.6%, 전문대 88.0%로서 일반대는 3.4%, 전문대는 12.0% 감소했다. 전문대의 등록금 수입 감소가 일반대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이는 전문대의 재학생 수 감소가 일반대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재학생 수는 일반대 5.5% 감소, 전문대 11.9% 감소).

그리고 2012회계연도 대비 2019회계연도 운영수입을 보면 일반대는 큰 변화가 없으나 전문대는 87.3%로서 12.7%가 감소했다.

또한 운영수입 중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등록금의존율(등록금수입÷운영수입)은 일반대가 68.8~71.9%, 전문대가 81.8~86.1%로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운영수입 중에는 등록금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12년 동안이나 등록금을 동결했으니 사립대학이 재정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2회계연도 기준 2019회계연도 총 장학금 지원율(교내·외 장학금÷등록금 수입)이 48.5%나 됐으니 반값등록금 정책이 거의 성공했다고 주장할 만도 하다. 2009회계연도부터 동결된 등록금을 기준으로 총 장학금 지원율 48.5%를 달성했다고 해서 반값등록금 정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교육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투자는 차치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2012년 기준 12.3% 인상)이나 공무원 인건비 인상률(2012년 기준 20.8% 인상)조차도 반영하지 않았다.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고등교육법’ 제11조 제10항)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로 규정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관계 법령도 무시한 정책이었다. 교육투자를 억제해 대학경쟁력을 상실시키면서까지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한 것은 정치적 목적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지체할 여유가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교육을 망치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국가적,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등록금을 인상하든지 아니면 국고 재정지원금을 증액하든지, 어느 쪽이든 조속히 선택해야 한다. 대학 기능을 정상화하고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투자가 시급하다.

■인건비 등록금의존율 증가로 재정 압박 가중 =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표한 사립대(전문대 포함) 재정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12회계연도 기준 2019회계연도 인건비 등록금의존율(등록금 수입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간 중 사립 일반대는 9.0% 증가(64.7% → 73.7%)했고, 사립 전문대는 9.8% 증가(53.6% → 63.4%)했다. 2019회계연도를 보면 사립 일반대는 등록금수입의 73.7%를, 사립 전문대는 등록금수입의 63.4%를 인건비로 지출했다.

인건비 등록금의존율 분포를 보면 187개 사립 일반대 중에서 △81개교(43.3%)가 50% 이상~70% 미만 △60개교(32.1%)가 70% 이상~100% 미만 △37개교(19.8%)는 100% 이상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126개 사립 전문대 중에서 △89개교(70.6%)가 50% 이상~70% 미만 △25개교(19.8%)가 70% 이상~100% 미만 △3개교(2.4%)는 100% 이상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수입의 50~70%나 되는 많은 예산을 인건비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교직원 보수를 동결했거나 인하했지만, 교직원들의 호봉 승급, 교직원 증원, 강사법 개정에 따른 강사료 상승, 인건비 상승에 따른 법정부담금 기준액 상승 등으로 인해 인건비는 증가했고 등록금수입은 감소했기 때문에 인건비 등록금 의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의 재정 압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등록금수입의 대부분을 인건비로 부담하고 나면 관리운영비, 장학금, 실험실습비, 감가상각비 및 기타 운영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모든 대학은 등록금 수입만으로는 부족한 수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사립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재정적 위기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 실상을 냉철히 파악하고 상응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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