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사이에서 가히 ‘코인 광풍’이 불고 있다. 코인을 접하는 청년들이 ‘좀 있네’ 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다 하네’로 바뀌었다. 위아래 제한폭이 없고 24시간 365일 열리는 장이어서 그들은 ‘생동감’이 넘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주말에도 코인 시장이 열려 있고 하루에도 투자한 원금이 두 세배로 불어날 수 있는 시장이기에 그들은 ‘생동감’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코인은 블록체인에서 출발한다. 블록체인은 ‘디파이’라고 하는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표방한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를 뜻하는 decentralize(디센트럴라이즈)와 금융인 finance(파이낸스)를 합친 말이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블록체인을 통해 예금, 송금, 대출, 투자 등이 가능한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아직은 이론에 불과하지만 서서히 비슷한 서비스들이 선보일 정도로 기술 발전은 이뤄지고 있다.

탈중앙화란 어떤 조직의 활동, 특히 계획이나 의사결정에 관련된 활동을 중앙의 권위있는 집단으로부터 다수에게 분산시키거나 위임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고 위키피디아에 정의돼 있다.

요즘은 교육계도 탈중앙화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본지가 연이어 주최한 전문대 프레지던트서밋,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컨퍼런스에 참여한 대학 총장들의 안색을 보면 그렇다.

그도 그럴것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충원이 원만하지 않고 마땅한 대안도 없는데다 13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까지 받고 있으니 하루도 웃을 날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재정 지원을 명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것에 매달리도록 만들고 있으니 사면초가다. 자연적인 감소와 환경적인 변화에 초자연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학은 건학이념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경쟁력있는 인물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교육 혁신으로 4차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힘쓰고 있고 이제는 AI를 위한 창의적 인재 양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있어도 곳간이 비어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컨퍼런스에서 나온 “대학 혁신의 전제 조건은 최소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이라고 말한 한 교수의 말이 확 와닿는다.

대학은 기술 발전과 팬데믹 속에서도 미래 대학으로의 변모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나아갈 길이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데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중앙화된 시스템이 유연하지 못하고 변화에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면 이제는 탈중앙화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가 해야 할 규제와 감시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 이제껏 나온 사학 재단의 비리와 부정부패는 일단락됐고 이제부터 나오는 ‘못난 재단’과 ‘못된 구성원’이 있다면 핀셋으로 골라내 격리시키면 된다. 지금까지 옥죈 것이 채찍질이었다면 당연히 당근도 필요한 법.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 주고 또다시 교육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면 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만년지계를 세우는 교육부에서 이제는 결단이 필요할 때다. 대학은 자율성이 확보돼야 교육기관으로서 창의성, 유연성이 늘어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다수 총장들과 고등교육의 혁신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수차례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교육부에 촉구하고 있다. 또 이기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상 보장된 대학 자율성을 추구하면 기본적인 대학의 가치는 견지하면서 사회 변화에 따른 알맞은 교육제도를 개발하고 결국에는 국내 대학이 세계 선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여태껏 교육부가 대학들의 자성을 촉구하며 원리원칙대로 규제를 해 왔다면 이제는 억울함은 들어주고 오해는 풀어주는 그야말로 허리띠를 잠시 풀어줄 때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굉장히 억울한 경우가 있음도 들려온다. 누구나 이해해야 할 원칙이 바뀌고 급조된 기준이라면 그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이다. 현장에서 수긍되지 않는 규제들이 흘러나오는 원론적인 탁상공론이 중앙정부에서 계속된다면 이제는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의 탈중앙화가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 더. 중앙화된 시스템은 늘 해킹에 시달린다. 숨겨져 있는 무언가를 캐내기 위해 해커들이 승부욕을 불태우며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록체인은 거래장부를 공개하고 분산해 관리하기 때문에 해커들이 해야 할 역할이 없다. 모두 공개돼 있다보니 숨겨져 있는 것이 없고 오히려 한 곳을 조작하려면 수많은 장부를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까지 필요해 해커들도 두손 두발을 든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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